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80)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더욱 어렵나니, 과욕을 버리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 

허섭 승인 2021.03.20 15:10 | 최종 수정 2021.03.22 14:09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80 -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더욱 어렵나니, 과욕을 버리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

시작하지 않은 사업을 도모함은 이루어 놓은 업적을 보전함만 같지 못하고

지나간 잘못을 후회함은 다가올 잘못을 막음만 같지 못하다.

  • 功(공) / 業(업) : 공적(功績)과 업적(業績).
  • 失(실) / 非(비) : 실패(失敗)와 잘못.
  • 未就(미취) / 已成(이성) : 이루지 못함 / 이미 이룸.
  • 已(이) / 將(장) : 이미 / 장차, 지나간 과거 / 다가올 미래.
  • 旣往(기왕) / 將來(장래) :  이미 지나간 / 장차 다가올.
이방응(李方膺, 청, 1697~1756) - 종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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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의 이 장에서는 ‘수성(守成)’ 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는 말이 있으니, 이는 곧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 는 가르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을 미처 마무리하기 전에 다시 새로운 일에 착수하는 어리석음과 위험성을 경계하는 말이다. 사람의 욕심은 한계가 없다. 그러나 어떤 시점에서 그 한계를 긋고 만족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곧 이미 이룬 공적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다.

수성의 비결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로 관건(關鍵)이다. 오늘을 새롭게 대하면 내일 역시 새롭게 다가온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탕(湯)임금이 반명(盤銘 세숫대야)에 새긴 좌우명(座右銘)으로 나중에 『대학(大學)』에 실린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도 바로 그러한 정신 자세를 말한 것이다. 대문호 톨스토이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기억하시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고,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오. - 톨스토이 단편 <세 가지 질문> 중에서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은 삶의 진리를 찾기 위해 은사(隱士)를 찾아간 왕이 절묘하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왕이 던진 세 가지 질문은 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역시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물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왕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세 가지 질문을 한다. 그리고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며, 그를 위해 선행을 베풀어야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다’ 는 교훈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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