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78) 탐내지 않음을 보배로 삼으니 이가 곧 일세(一世)를 초월하는 방법이로다

허섭 승인 2021.03.18 15:42 | 최종 수정 2021.03.22 14:12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78 - 탐내지 않음을 보배로 삼으니 이가 곧 일세(一世)를 초월하는 방법이로다

사람은 마음에 다만 한 번이라도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면 
바로 강직함이 녹아 유약해 지고 지혜가 막혀 어리석게 되며
어짊이 변하여 가혹해 지고 깨끗함이 물들어 더러워지나니
결국 일생의 인품을 파괴하고 만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탐하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았거니와
이것이야말로 일세(一世)를 초월하는 방법이다.

  • 銷剛爲柔(소강위유) : 강직(剛直)한 기상이 녹아 유약(柔弱)해짐.  銷는 ‘녹다, 사라지다’.
  • 變恩爲慘(병은위참) : 남에게 은덕을 베푸는 어진 마음이 가혹해짐.  慘은 ‘참혹(慘酷)’.
  • 壞了(파료) : 파괴해 버림.  了는 일반적으로 완료형을 뜻하기에 ‘~해 버리다’ 로 풀이한다. 
  • 以(이)~ 爲(위)~ : ‘~을 ~로 삼다(여기다, 간주하다)’ 
  • 度越(도월) : 뛰어넘다, 초월(超越)하다.  度는 ‘건널 渡(도)’ 와 같음. 
  • 度越一世(도월일세) : 한평생을 뛰어 넘어 영원한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다.
  • * 여기에서 말한 古人은 춘추시대(春秋時代) 송(宋)나라의 현신(賢臣)인 악희(樂喜) 사성자한(司城子罕)을 가리킨다. 사성(司城)은 사공(司空)과 같은 말로 벼슬이름(官名)이고, 성은 樂(악), 이름은 喜(희), 자한(子罕)은 자(字)이다. 송나라의 어진 대부(大夫)로 청렴하기로 유명하다.
078 이방응(李方膺 청 1697~1756) 쌍송도(雙松圖) 144.8+83.2 1753년 광서장족자치구박물관
이방응(李方膺, 청, 1697~1756) - 쌍송도(雙松圖)

◆ 출전 관련 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15년에

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옥을 손에 넣어, 그 옥을 자한(子罕)에게 바쳤다. 그러나 자한은 받지 않았다. 그러자 옥을 바친 사람이 말했다. “이것을 옥을 다듬는 장인(匠人)에게 보였더니 대단한 보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감히 이것을 바치는 것입니다.” 자한이 말했다.

“나는 탐하지 않는 것을 보배로 여기며, 그대는 옥을 보배로 여긴다. 그러므로 만일 그대가 그 옥을 나에게 준다면, 우리는 모두 보배를 잃게 되는 셈이다. 우리가 각자 자기의 보배를 지니고 있는 편이 더 낫질 않겠는가?”

宋人或得玉(송인혹득옥) 獻諸子罕(헌제자한). 子罕弗受(자한불수). 獻玉者曰(헌옥자왈), 以示玉人(이시옥인) 玉人以爲寶也(옥인이위보야). 故敢獻之(고감헌지). 子罕曰(자한왈),

“我以不貪爲寶(아이불탐위보) 爾以玉爲寶(이이옥위보). 若以與我(약이여아) 皆喪寶也(개상보야) 不若人有其寶(불약인유기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그 뒤의 이야기가 더욱 아름답다.

옥을 바친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했다. “소인이 이 옥을 지니면 저는 한 고을도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드리는 것은 목숨을 부지(扶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자한은 이 사람을 자기 채읍(采邑)에 머물게 하고, 그 옥을 장인에게 잘 다듬게 하여 (그것을) 팔아서 많은 돈을 마련한 후 (그에게 주어), 그를 고향으로 보내었다.

稽首而告曰(계수이고왈), 小人懷璧(소인회벽) 不可以越鄕(불가이월향). 納此以請死也(납차이청사야). 子罕寘諸其里(자한치제기리) 使玉人爲之攻之(사옥인위지공지) 富而後使復其所(부이후사복기소).

  • 위 문장에서 밑줄 친 諸는 ‘준말’ 로 ‘之於, 之于’ 를 줄인 말이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 유노(喩老) 편(篇)에도 실려 있으며, 『몽구(蒙求)』라는 이야기책에도 「자한사보(子罕辭寶)」라는 제목으로 전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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