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과 마구 튀어오르는 쇳물도 잘 다스릴 수 있건만 …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마음대로 달릴 수 있고
마구 튀어 오르는 쇳물도 종내 형틀에 부어지게 된다.
다만 한결같이 우유부단(優柔不斷)하여 분발함이 없으면
평생토록 조금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백사 선생이 말하길, 사람이 병 많음은 부끄러울 것 없으나
평생토록 걱정 없음이 내 근심이라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 泛駕之馬(봉가지마) :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 泛은 ‘물소리’ 를 뜻할 때는 <핍>, ‘뜬다’ 는 뜻일 때는 <범>, ‘뒤엎는다’ 는 뜻일 때는 <봉>으로 읽는다. 여기서 泛은 ‘엎을 覂(봉)’ ‘엎을 覆(복)’ 과 같음.
- 可就(가취) : 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就는 미래시제를 상정해 주는
- 驅馳(구치) : 말을 몰아 달림.
- 躍冶之金(약야지금) : 거푸집(鑄型주형)에 부어 넣을 때 사방으로 마구 튀는 쇳물.
- 型範(형범) : 주형(鑄型), 쇳물을 부어 그릇을 만드는 거푸집(틀).
- 只一(지일) : 다만 한결같이.
- 優游(우유) : 나약하여 우유부단(優柔不斷)함.
- 多病(다병) / 無病(무병) : 육체적으로 병이 많음 / 정신적으로 번민이 없음(생각 없이 인생을 사는 것).
- 確論(확론) : 확실한 말, 옳은 말.
- * 백사(白沙) 진헌장(陳獻章 1428~1499)
- 명(明)나라 중기의 학자, 자(字)는 공보(公甫) 호(號)는 석재(石齋).
- 그는 광동(廣東) 신회(新會) 사람으로 백사리(白沙里)에 은거하여 성명학(性命學)을 가르쳤기에 문인(門人)들이 그를 백사(白沙) 선생이라 불렀다. 주자학과 선학(禪學)을 아울러 받아
- 여 독자적인 철학을 이루었으며, 정(靜)을 기본으로 삼아 단좌징심(端坐澄心-단정하게 앉아 마음을 맑게 함)으로 공부했음으로 ‘살아있는 맹자(孟子)’ 라고도 불리었다. 시호는 문공(文恭), 《백사집(白沙集)》 12권이 있다.
◆출전 관련 글
▶『맹자(孟子)』고자장(告子章) 하(下)에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 - 生於憂患 死於安樂
孟子曰(맹자왈), 舜發於畎畝之中(순발어견묘지중) 傅說擧於版築之間(부열거어판축지간) 膠鬲擧於魚鹽之中(교격거어어염지중) 管夷吾擧於士(관이오거어사) 孫叔敖擧於海(손숙오거어해) 百里奚擧於市(백리해거어시).
故(고) 天將降大任於是人也(천장강대임어시인야) 必先苦其心志(필선고기심지) 勞其筋骨(노기근골) 餓其體膚(아기체부) 空乏其身(공핍기신) 行拂亂其所爲(행불란기소위) 所以動心忍性(소이동심인성) 曾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人恒過然後能改(인항과연후능개) 困於心衡於慮而後作(곤어심형어려이후작) 徵於色發於聲而後喩(징어색발어성이후유).
入則無法家拂士(입즉무법가불사) 出則無敵國外患者(출즉무적국외환자) 國恒亡然後(국항망연후) 知生於憂患而死於安樂也(지생어우환이사어안락야).
- 맹자가 말하기를, 순(舜)임금은 밭이랑 가운데서 기용되었고, 부열(傅說)은 토역(土役) 일을 하는 공인(工人)들 속에서 기용되었으며, 교격(膠鬲)은 생선과 소금을 파는 시장판에서 기용되었고, 관이오(管夷吾)는 감옥을 지키는 옥졸(獄卒)로 있다가 기용되었으며, 손숙오(孫叔敖)는 바닷가에 숨어 지내다가 기용되었고, 백리해(百里奚)도 시장 바닥에서 기용되었다.
그러므로 하늘이 장차 대임(大任)을 그 사람에게 내리려 하시니,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의지를 괴롭히고, 그의 살(근육)과 뼈를 지치게 만들며, 그의 배(피부와 몸)를 굶주리게 하고, 그의 생활을 곤궁하게 해서, 행하는 일이 뜻과 같지 않게 만든다. 그것은 그의 마음을 분발케 하고 그의 성질을 참게 하여(인내심을 길러 주어),지금까지 그가 해내지 못하던 일을 (마침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언제나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에야 능히 고칠 수 있으며, 마음속에서 번민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난 다음에야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번민하는 것이 얼굴빛과 목소리에 나타날 정도까지 괴로움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마음속으로부터 도리를 깨닫게 된다.
안으로는 법도를 잘 지키는 세가(世家)와 보필하는 선비가 없으며, 밖으로는 적국과 외환(外患)이 없다면, 그런 나라는 언제든 망하게 된다. 그런 뒤에야 <우환 속에 살고, 안락 속에 죽는다> 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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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식(金冠植 1934~1970) 시인의 <병상록(病床錄)> 중에서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 몸져 누운 지 이제 10년. / 고속도로는 뚫려도 내가 살 길은 없는 것이냐. / 肝(간), 心(심), 脾(비), 肺(폐), 腎(신) … … / 오장이 어디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 생물학 교실의 골격 표본처럼 / 뼈만 앙상한 이 극한 상황에서…… / 어두운 밤 턴넬을 지내는 / 디이젤의 엔진 소리 / 나는 또 숨이 가쁘다 열이 오른다 / 기침이 난다. / 머리맡을 뒤져도 물 한 모금 없다. /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등잔에 불을 붙인다. / 방안 하나 가득 찬 철모르는 어린것들. / 제멋대로 그저 아무렇게나 가로세로 드러누워 / 고단한 숨결은 한창 얼크러졌는데 / 문득 둘째의 등록금과 발가락 나온 운동화가 어른거린다. / 내가 막상 가는 날은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 / 가여운 내 아들딸들아, /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 /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 / 백금 도가니에 넣어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 / 아하, 새벽은 아직 멀었나보다.
- 시 전문(全文)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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