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61) - 엄마를 고스란히 닮은 아들

소락 승인 2021.03.14 18:27 | 최종 수정 2021.03.16 11:18 의견 0
엄마를 닮은 아들의 성품
엄마를 닮은 아들의 성품

위 사진은 안나가 처녀 때이고 내가 둘째 아이인 주빈이를 가지지 않았을 때다. 아버지는 두 손녀들을 한 품에 안고 계시다. 긴 머리를 한 엄마는 옆에서 살짝 웃고 계시다.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과거에 대한 기억도 흐릿하다. 삼남매가 모두 모인 걸 보면 특별한 날이었을텐데 어떤 시츄에이션인지 기억에 도무지 없다. 다만 기분좋은 날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다. 나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다섯 손가락을 활짝 피며(Hi-Five)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당시에도 손가락 모양이 승리(victory)의 V 자가 아닌 것이 참 다행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는 사진 찍힐 때 손가락으로 V를 그린 적이 여지껏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절대 없을 것이다. 나는 승리를 위하여 경쟁하는 것을 꺼려한다. 내가 바둑, 장기, 화투, 카드 등의 놀이는 물론 당구나 골프 등 공을 가지고 겨루는 온갖 경기를 못하는 이유다. 그런데 그게 이유가 아니라 내가 그것들을 못하는 어설픈 합리화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들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고 재미도 없다. 싸워서 겨뤄서 이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누구를 격려할 때 쓰는 구호인 ‘파이팅’이라는 말도 싫어한다. 왜 하필 싸움(fighting)이라고 할까? 영어를 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할 일이다. 서로 살자는 상생(相生, live together)을 win-win(서로 이기기)으로 번역하는 살벌한 세상이다. 온통 이기기 위해 사는 우리의 각박한 모습을 가만히 살필 때다. 나는 자칭 ‘파이팅폐지운동본부’ 본부장이다. 그냥 내가 재미삼아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만 내 생각의 뼈가 들어 있는 가상의 직책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은 엄마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기 때문일 듯싶다. 엄마도 혼자서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하시지 남과 싸우고 겨루며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는다.

나는 엄마가 화투치는 걸 본 적이 없다. 나는 겉모습이 아버지를 닮아서 아버지처럼 웃고 아버지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생각하는 것은 엄마를 닮은 점이 많다. 물론 엄마의 베푸는 마음까지 닮으면 더 좋으련만, 그럼에도 나는 엄마를 더 많이 닮았다. 엄마도 늘 말씀하시기를 내가 당신을 똑 닮았다고 하신다. 그런 엄마의 말은 내게 칭찬이기도 하기에 나는 기분이 좋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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