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58) - 엄마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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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1 15:53 | 최종 수정 2021.03.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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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다. 산소 앞 작은 비석이 산소임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망우리에 있는 나의 친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일년에 두 번 가신다. 한식과 추석이다. 나는 웬만하면 아버지를 따라 가는 편이다. 작년 추석 때도 아버지랑 갔다 왔다. 그런데 이날 대식구가 출동했다. 작은 삼촌 가족과 작은 이모 가족이 모두 산소에 간 것이다. 그리고 합동촬영을 했다. 저 사진에 안계신 아버지가 찍었을 것이다.
사진 속 엄마의 표정이 엄마답지 않게 밝지 못하다. 아마도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뭍혀 계신 산소가 큰 며느리인 엄마에게 밝은 표정을 주는 곳은 아닐 게다. 나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생전에 뵌 적이 없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처음 만날 여고 3학년 때 뵈었을 것이다. 그 당시는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처절했던 시기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도 파산하시며 연달아 돌아가시던 때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처절했던 아버지를 무조건 온 몸으로 받아들이셨다. 하지만 그 당시의 기억이 좋은 추억은 아닐 것이다. 특히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연관된 기억은 슬프고 애달프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기에 엄마는 온 가족이 대출동한 산소에서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없으셨을 것으로 감히 짐작된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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