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79) 본디 마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안에 도사린 도둑도 내 맘대로 부릴 수 있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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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9 18:41 | 최종 수정 2021.03.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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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 - 본디 마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안에 도사린 도둑도 내 맘대로 부릴 수 있다.
눈과 귀로 보고 들음은 바깥에 있는 도둑이요,
정욕과 의식은 안에 도사린 도둑이다.
다만 주인 되는 본디 마음이 맑게 깨어 있어 중당에 우뚝 자리 잡으면
도둑도 곧 내가 부리는 종이 될 것이다.
- 主人翁(주인옹) : 주인 늙은이, 마음의 주인, 본심(本心)을 의인화한 말이다.
- 惺惺(성성) : 맑게 깨어 있음. ‘醒(술 깰 성)’ 과 같은 뜻이나, 惺은 단순히 ‘깨어 있음’ 을 넘어 ‘깨달음’ 을 의미함.
- 中堂(중당) : 집의 중앙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마음의 중심’ 을 뜻함.
- 家人(가인) : 집안 식구를 말하나, 여기서는 부리는 하인(下人)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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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임제 선사의 선어록(禪語錄)인 임제록(臨濟錄)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隨處作主 入處皆眞 (수처작주 입처개진) - 언제 어디서나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 서있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
어디에 처하든 주인 행세 하라는 말도 되고,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을 주인으로 삼아라는 뜻도 될 것입니다.
그 옛날 횡거(橫渠) 선생 장재(張載)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주인공아, 주인공아!’ 이렇게 자신을 찾아 불렀다고 하며, 우리나라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도 허리에 방울을 차고 있으면서 ‘醒醒乎(성성호) 醒醒乎(성성호)-깨어 있느냐 깨어 있느냐’ 라고 물어 늘 자신을 경책(警責)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후배의 회사 이름이 NNH 이기에 그 뜻을 물으니 Now and Here 라고 하여 그 뜻이 매우 심오(深奧)하지만 그냥 부르기 좋게 NH로 하라고 하였습니다. 불교적으로 이름 짓자면 시방(是方, 時方, 十方)이 될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 우주를 사방팔방 상하를 아울러 시방세계(十方世界)라 일컬으며, 이는 사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는 뜻의 시방(時方)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방(方)이 공간만이 아닌 시간도 아우르는 글자이기에 시방(是方)이라고 해도 ‘지금 여기’의 뜻이 될 것입니다. 영어권에서 nowhere를 뒤집어 에르헨(erehwon)이라고 다소 장난스런 말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Eerehwon - 하여간 말장난을 넘어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임제 선사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 (卽時現今 更無時節)’ 라고
과거는 강물처럼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입니다. 비록 그것이 찰나에 지나지 않는 순간일지라도 …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리요 참된 삶이라는 것입니다. 저마다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자기 인생은 오직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주인공인 인생을 살 때 그것이 참된 삶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Now and Here, Just do it !
영어에서 just(곧장)이라는 말이 ‘지금 여기’ 라는 시공간을 포함하는 말이며 진리(정의)라는 말이 just에서 나온 justice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리는 지금 여기를 떠나 그 어디에도 그 어느 때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곧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실되게 사는 것이요 이것이 곧 진리라는 말일 것입니다.
하여 우리 모두 온몸으로 살아갑시다, 지금 여기에서!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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