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88) 바쁜 중에 고요함을 얻고,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어야 참다운 경지이다   

허섭 승인 2021.03.28 23:37 | 최종 수정 2021.03.30 08:25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88 - 바쁜 중에 고요함을 얻고,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어야 참다운 경지이다.   

 고요함 속의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니
분주한 곳에서 고요함를 얻어야 비로소 마음의 참다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즐거움 속의 즐거움은 참된 즐거움이 아니니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어야 비로소 마음의 오묘한 움직임을 볼 수 있다.

  • 動處(동처) : 바쁜 곳, 분주(奔走)한 곳.
  • 樂得來(락득래) : 즐거울 수 있다면. 
  •  * 여기서는 득은 영어의 조동사 can 으로 보아 굳이 ‘얻다’ 라고 풀이할 필요는 없다. 來를 의미가 없는 어조사로 보아도 무방하나, ‘~하게 되다’ 의 미래형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따라서 得來 를 하나로 연결해서 보자면 ‘~할 수 있다면’ 으로 풀이하면 될 것이다.
  • 纔是(재시) : 곧 ~이다, 이것이야말로 ~이다.
  • 性天(성천) : 천성(天性), 타고난 본성(本性).
  • 眞境(진경) : 참다운 경지.
  • 心體(심체) : 마음의 본체(本體).
  • 眞機(진기) : 참된 활동. 천지 기운의 오묘한 움직임.
088 나빙(羅聘 청 1733~1799) 촉규도(蜀葵圖) 98.2+33.3 상해시문물상점 소장
나빙(羅聘, 청, 1733~1799) - 촉규도(蜀葵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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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 중에서

飮酒 (五)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세상 한가운데 디새집 짓고 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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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니 사는 곳도 외지다네 (몸도 따라 멀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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此間有眞意 (차간유진의)  이 가운데 참뜻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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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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