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92) 사람을 보려거든 그 늘그막을 보라 했으니, 관 뚜껑 닫을 때까지 그 인생을 논하지 말라

허섭 승인 2021.04.01 14:16 | 최종 수정 2021.04.04 08:53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92 - 사람을 보려거든 그 늘그막을 보라 했으니, 관 뚜껑 닫을 때까지 그 인생을 논하지 말라

기생도 늘그막에 한 남편을 섬긴다면 
반 평생의 분 냄새가 허물이 되지 않을 것이요

열녀라도 머리 희어 정조를 잃으면 
한 평생의 절개가 모두 헛될 것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보려거든 늘그막을 보라’ 했거늘 
이는 참으로 명언이로다.

  • 聲妓(성기) : 노래하는 기생, 가기(歌妓). 여기서는 그냥 기녀(妓女)라 하면 될 것이다.晩景(만경) : 늙어가는 때, 인생의 늘그막(晩年).
  • 從良(종량) : 지아비를 따르고 섬김.  良은 양인(良人), 즉 남편을 뜻함.
  • 胭花(연화) : 분(粉) 단장을 하는 화류계(花柳界) 생활을 의미함.  胭은 연지(臙脂), 胭은 ‘목구멍 咽(인)’ 과 동자로 쓰이나, 여기서는 ‘연지 연(臙)’ 과 동자로 쓰임.
  • 情苦(청고) : 절개, 청조고절(淸操苦節).
  • 語云(어운) : 옛말에 이르기를 ~, 속담에서 말하기를.
  • 後半截(후반절) : 후반생(後半生).

* 「貞婦白頭失守(정부백두실수) 不如老妓從良(불여노기종량)」이라는 문장도 있으니, 본문의 요지를 파악함에 있어, ‘一世’ 와 ‘半生’ 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것이 더 적확(的確)할 것이다.

聲妓晩景從良 半生之胭花無碍 - 기녀도 늘그막에 한 남편을 섬긴다면 반 평생의 분 냄새가 허물이 되지 않을 것이요
貞婦白頭失守 一世之淸苦俱非 - 열녀라도 백발에 정절을 잃는다면 한 평생의 수절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092 심주(沈周 명 1427~1509) 선석영지도(宣石靈芝圖) 138+62
심주(沈周, 명, 1427~1509) - 선석영지도(宣石靈芝圖)

◆ 출전 관련 글

▶두보(杜甫)의 <君不見簡蘇徯(군불견간소혜)> 라는 시(詩)에

丈夫蓋棺事始定 (장부개관사시정) - ‘장부는 관을 덮어야 비로소 평가가 내려진다’ 는 구절이 있다.

두보의 악부시 <君不見簡蘇徯(군불견간소혜)>

  君不見 道邊廢棄池 (군불견 도변폐기지)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길에 버려진 못을
  君不見 前者摧折桐 (군불견 전자최절동)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부러져 넘어진 오동나무를
  百年死樹中琴瑟 (백년사수중금슬)  백년 된 죽은 나무가 거문고로 만들어지고
  一斛舊水藏蛟龍 (일곡구수장교룡)  작은 웅덩이 속에 교룡이 숨기도 하네
  丈夫蓋棺事始定 (장부개관사시정)  장부는 관 뚜껑을 덮어야 모든 일이 결정되나니
  君今幸未成老翁 (군금행미성노옹)  다행히 그대는 아직 늙지 않았거늘
  何恨憔悴在山中 (하한초취재산중)  어찌 원망하리, 초췌해 산중에 있음을
  深山窮谷不可處 (심산궁곡불가처)  심산 유곡(深山幽谷)은 살 곳이 못 된다네
  霹靂魍魎兼狂風 (벽력망량겸광풍)  천둥 벼락과 도깨비에 미친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 두보가 쓰촨성(四川省)의 깊은 산골로 낙백(落魄)해 있을 때, 친구의 아들인 소혜가 유배되어 그곳에 와서 실의(失意)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두보가 보다 못하여 소혜에게 지어 보낸 시가 이 시입니다. 이 시를 읽은 소혜는 후에 그곳을 떠나 호남 땅에서 권세가의 세객(勢客)이 되었다고 합니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죽어서 관 뚜껑을 덮은 후에라야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결정된다는 말로, 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모름지기 죽을 때까지 각고면려(刻苦勉勵)해야 함’ 을 우리들에게 일러 줍니다.

* 우리 속담에도 <관 뚜껑 닫기 전에는 그 인생을 논하지 말라> 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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