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94) 조상의 은덕으로 살기는 쉬워도, 자손을 위해 덕을 쌓기는 정말 어렵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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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3 16:15 | 최종 수정 2021.04.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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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 - 조상의 은덕으로 살기는 쉬워도, 자손을 위해 덕을 쌓기는 정말 어렵다
조상의 은덕을 묻는다면 내 몸이 누리는 바가 그것이니
마땅히 그 쌓기 어려움을 명심해야 하고,
자손의 복지를 묻는다면 내 몸이 끼치는 바가 그것이니
요컨대 그 기울고 넘어짐이 쉬움을 생각해야 한다.
- 所享者(소향자) : (내가) 누리고 있는 것.積累之難(적루지난) : 쌓아올리는 것의 어려움.
- 所貽者(소이자) :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
- 傾覆之易(경복지이) : 기울고 넘어지는 것의 쉬움.
* 『주역(周易)』 문언전(文言傳)에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
선(善)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고 (자손에게 복이 있고), 불선(不善)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재앙이 있다 (자손에게 화가 있다).
* 명심보감 첫 구절도 이와 같으니 공자의 다음 말씀이 그것이다.
子曰(자왈) 爲善者(위선자) 天報之以福(천보지이복) 爲不善者(위불선자) 天報之以禍(천보지이화) - 공자가 말하였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으로 갚아주고, 착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으로 갚는다.
* 위의 주역 문언전의 글에서 밑줄친 ‘積不善之家’ 는 ‘積惡之家(적악지가)’ ‘不積善之家(부적선지가)’ 로 여러 문헌에 되풀이하여 나오나 굳이 그 의미를 달리하여 그 미묘한 의미 차이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명심보감(明心寶鑑)』 계선편(繼善篇)에
司馬溫公曰(사마온공왈), 積金以遺子孫(적금이유자손) 未必子孫能盡守(미필자손능진수) 績書以遺子孫(적서이유자손) 未必子孫能盡讀(미필자손능진독)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불여적음덕어명명지중) 以爲子孫之計也(이위자손지계야).
사마온공이 말하였다. “돈을 모아 자손에게 물려준다 할지라도 자손이 반드시 지킬 수는 없으며, 책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준다 할지라도 자손이 반드시 다 읽을 수는 없으니, 남모르는 중에 덕(德)을 쌓아 자손을 위한 계획으로 삼느니만 못하다.”
▶탈무드에 나오는 유태인 속담에
현명한 부모는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지 않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
위의 두 말씀은 세상살이의 도리를 자손에게 전하는 데 있어 가장 지혜로운 경구(警句)라고 생각한다. 유태인 속담 속에 나오는 ‘물고기’ 가 곧 ‘재물(財物)’ 이라면 ‘물고기를 잡는 법’ 은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은덕을 쌓는 일’ 일 것이다.
우리가 훌륭한 조상을 둔 그 은덕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는 (비록 당자가 그 은혜를 느끼지 못할지라도)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손을 위하여 은덕을 쌓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바로 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심보감』 계선편에 나오는 동악성제(東岳聖帝)의 말은 그 비유의 적절함으로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하루 동안 선을 행함에 복은 비록 이르지 아니하나 재앙은 스스로 멀어지고, 하루 동안 악을 행함에 재앙은 비록 이르지 아니하나 복은 스스로 멀어진다. 선을 행하는 사람은 동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남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날로 더하는 바가 있고, 악을 행하는 사람은 마치 칼을 가는 숫돌과 같아 그 줄어듦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날로 이지러지는 바가 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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