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87) 내 마음을 살펴 도를 깨닫는 길은 오직 이 세 가지에 달려있으니 …

허섭 승인 2021.03.26 16:28 | 최종 수정 2021.03.29 13:27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87 - 내 마음을 살펴 도를 깨닫는 길은 오직 이 세 가지에 달려있으니 …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으면 마음의 본바탕을 볼 것이요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고요하면 마음의 미묘한 움직임을 알 것이요

담박한 가운데 의취가 화평하면 마음의 참맛을 얻을 것이니

마음을 살펴 도를 체득함에 있어 이 세 가지보다 나은 것이 없다.

  • 念慮(염려) : ‘염려, 걱정’ 이란 뜻이 아니라, ‘마음, 생각’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  * 앞의 86장에 나온 ‘염두(念頭)’ 와 같은 뜻으로 보면 될 것이다.
  • 澄徹(징철) : 맑아 밑바닥까지 환히 보임.  徹은 흔히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한다’ 할 때의  ‘뚫을 철’ 이다. 
  • 從容(종용) : 조용함, 침착함.  * 한자어 ‘從容(종용)’ 에 우리말 접사 ‘-하다’ 가 붙어 ‘조용하다’ 가 된 것이다. ‘간난(艱難)+하다→가난하다’ 도 마찬가지이다.
  • 眞機(진기) : 미묘한 움직임, 참된 활동.
  • 冲夷(충이) : 평온하고 조용함.  여기서 冲이나 夷 모두 ‘온화하다, 편안하다’ 의 뜻으로 쓰임.  * 형용사로 쓰일 때에 일반적으로 冲(沖)은 ‘비다/깊다’ 의 뜻으로, 夷는 ‘평평하다’ 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 證道(증도) : 도를 체득(體得)함.
  • * 閑(한)과 閒(한)은 모두 ‘한가하다’ 의 뜻으로 쓰이나 원래 閑은 대문을 걸어 잠그는 형상으로 ‘막다’ 의 뜻이 더 본질적이다. 閒은 대문 틈새로 달빛이 스며드는 형상이니 원래는 ‘間(사이 간)’ 과 같은 자(字)로 쓰였다.
087 나빙(羅聘 청 1733~1799) 이색매화도(二色梅花圖) 1798년 71.5+28.2 중경박물관
나빙(羅聘, 청, 1733~1799) - 이색매화도(二色梅花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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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좌우명(座右銘)에서 

庸信庸謹(용신용근) 閑邪存誠(한사존성) 岳立淵沖(악립연충) 燁燁春榮(엽엽춘영) 

말은 떳떳하고 미덥게 행동은 떳떳하고 신중하게
사악함을 막고 정성스러움을 보존하라
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으면
움 돋는 봄날처럼 빛나고 빛나리라                              
                                   - 『남명집』권1 제3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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