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식업 스토리 (1)회사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하지 ... 보나마나 망한다

김진석 승인 2018.12.08 12:43 | 최종 수정 2018.12.08 14:18 의견 0
김진석 가디언코리아 상무
김진석 상무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사 그만두고 식당이나 할까 생각한다.

"맛집도 많이 다녀 봤고 대박집도 왜 대박이 났는지 안다. 집앞에 고깃집 손님이 장난 아닌데 분점이나 내면 지금보단 스트레스 덜 받고 돈도 더 벌 것 같은데 식당이나 해야겠다."

거의 망한다. 내가 장담한다. 식당 일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더 웃기는 건 "난 식당이나 할 사람이 아니다. 이 가게를 기반으로 프렌차이즈 사업을 해야겠다" 하면서 간판에다 가맹점 모집을 적어 놓는다. 이런 가게치고 1~2년을 넘기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필자도 쌍용화재 영업부에 입사해서 10년을 승승장구 헀지만 회사의 불합리함과 출세 라인이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외식업에 뛰어 들었다.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기에 1년을 철저히 준비했다. 전국의 맛집을 벤치마킹 다녔고 외식업 관련 책도 수십 권을 읽었으며 프랜차이즈 강좌도 비싼 돈을 주고 들었다. 주방장도 미리 뽑아 월급 줘 가면서 메뉴 개발에 힘썼다.

대기업에 있다 나왔으니 폼 나는 소고기집 즉 가든을 차리고 싶었으나 소고기는 고가다 보니 경기가 어려워지면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은 단점과 자금 부족에 부딪혔다. 또한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 하는 제 성격도 있다 보니 경기에 둔감한 돼지고기 집을 차리기로 했다.

그 시절에는 돼지고기집에서 삼겹살과 돼지갈비를 주로 팔았고 소수의 가게에서 갈매기살 정도를 팔고 있었다. 소도 4발, 돼지도 4발인데 소고기집에서는 등심, 안심, 안창살, 치마살, 제비초리, 차돌박이 등 여러 부위를 파는데 왜 돼지고기집에서는 돼지갈비, 삼겹살, 갈매기살 정도만 팔까? 열심히 찾아보니 뽈살(아리헨티나에서는 스테이크의 최고 재료), 가브리살이 있는 것이다. 홍대 앞에 오잉크(oink. 돼지 울음소리로 우리 말로 꿀꿀 정도)라는 돼지 특수부위 전문점을 차렸다.

김진석
필자가 운영한 홍대 앞 돼지특수부위 전문점 오잉크(O-ink)의 방송 장면.

3개월 만에 홍대 상권에서 줄서서 먹는 가게로 명성을 날렸다. 그후 방송3사에 13번 출연을 했고 거의 모든 신문, 잡지에 기사가 떴다. 일본 여행잡지에도 소개가 되고 과장되게 표현하면 뉴욕타임지 빼고는 다 나온 것 같다. 그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2002년 월드컵 때 포털 엠파스에서 실시한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 100선"에서 오잉크가 한식부문 1위를 기록 것이다.

추후에 창업에 관하여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고...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수많은 중년의 가장들이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나와 외식업에 도전하여 실패하는 걸 더는 묵과 할 수가 없어, 대박집을 10년간 운영해본 노하우와 프렌차이즈의 허와 실을 밝혀 퇴직한 가장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이 글을 쓴다. 가능하면 학술적인 것, 전문적인 것은 배제하고 실질적으로 가슴에 와 닿고 인생 2막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써 볼 생각이다. 때론 표현이 거칠고 직설적인 비판이 거슬리더라도 많은 양해를 바란다.

자영업자의 위기

퇴직 후 자영업에 뛰어든 40~50대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빚만 떠안은 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퇴직자가 대거 쏟아져 나와 너도 나도 창업 전선에 뛰어드니 자영업자는 공급 과잉 상태다. 통계청에 다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568만 명 내외로 추정된다.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5.5%(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 현황을 드러내는 각종지표는 발표할 때마다 악화되고 잇다. 2017년 자영업 폐업률은 87.9%로, 1년 전보다 10.2%포인트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영업자 폐업의 직접적인 이유는 소득 감소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다르면 1990년대 국민소득(국민순처분가능소득)의 22.2%에 달했던 자영업자의 영업 잉여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자영업 위기의 출발점은 '공급과잉'이다. 40~50대 퇴직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새 직장을 얻는 사람은 극소수다. 국민연금 수령까지는 10년을 버텨야 하는 현실이다. 그때까지 버텨도 실제 받는 연금액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 한 달 평균 수령액은 36만8000원에 그쳤다.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차리는 퇴직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해도 경기가 좋아지면 자영업자들이 나눠 먹을 파이도 커진다. 그런데 경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보다 끔찍한 경기침체인 것이다. 2002 월드컵 때 잠깐 반짝했던 경기가 한 번도 나아진 적이 없다. 앞으로도 문제다. 고령화 사회, 저출산,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등 거시적으로 좋아질 여력이 점점 줄고 있다.

경쟁이 차열하다 보니 소득은 쪼그라들었다. 금융감독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녀 자영업자의 60%가 연평균 소득이 4000만 원을 넘지 못하고 20%는 한해 1000만 원도 벌지 못했다. 자영업의 3년 생존율은 2010년 40.4%에서 2015년 37.0%로 떨어졌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생계형 창업이 급속히 늘었지만, 생존율은 매우 낮는 편이다. 10곳 중 7곳이 5년 내에 가게 문을 닫고 있다. 특히 퇴직자들의 대표적인 생계형 창업으로 꼽히는 여관·치킨집 등 숙박·음식점업의 5년 후 생존율은 17.7%로 업종 중 가장 낮다. 숙박·음식점의 생존율은 창업 1년 뒤 55.3%였고 3년이 지나면 그 비율은 28.9%로 급격히 준다.

홍대 앞 오잉크의 한상차림
필자가 운영한 홍대 앞 오잉크의 한상차림.

위와 같이 경제 상황이 날로 어려워지는데 회사에서 열 받는다고 퇴사해서 식당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밖은 엄청 춥다. 퇴사하는 순간 얼어 죽는다. 자존심 상하고 스트레스 엄청 받아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라. 하지만 IMF 이후 회사도 약아져서 버티질 못하게 하고 명퇴금도 점점 적게 주는 추세다. 어차피 잘릴 거라면 버틸 때까지 버텨가면서 창업을 미리 준비하시길 바란다.

가능하면 식당은 할 생각 하지 말고 자기가 가장 잘 했고 잘 아는 분야, 지금 다니는 회사와 유사한 분야의 창업을 하기 바란다.

그래도 굳이 식당을 하고 싶다면 제가 쓰는 칼럼이 절대적 정답은 아닐지라도 큰 도움은 줄 수 있다. 자부한다. 댓글에 질문 남기면 성실히 답변하겠다.

<Guardian Korea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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