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옹(進翁) 시인의 간월산 산책 (3)간월산 지명(地名) 고찰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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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00:10 | 최종 수정 2020.04.1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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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간월산의 <간월>을 한자(漢子)로 풀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산명(山名)으로서 간월은 보통 간월(澗月)로 쓰는 것이 한국은 물론 동양문화권의 대세입니다. 이는 삼 수(氵)변의 사이 간(間)자 <간(澗)>은 높은 산의 바위벽, 또는 그 사이를 흘러내리는 가는 물줄기, 석간수(石間水)를 말합니다. 이 석간수가 처음 흘러나와 고이는 것을 옛사람들은 샘(泉)이라 불렀는데 희고 맑은 물을 뜻하는 이 샘이야말로 낙동강을 비롯한 모든 강의 발원지가 되는 가장 높은 곳의 약수터이자 수원지를 말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우물이라 말하는 정(井)은 그 모양부터가 나무로 뚜껑을 쌓아올린 인공의 느낌이 물씬 풍기니 물맛으로는 아예 상대가 안 되겠지요. 그러니까 간월산은 천 길이나 된다는 <천길바위>사이로 흐르는 약수를 말함이요, 산 이름에서 달월(月)자는 달이 걸리는 높은 산, 또는 바위절벽이 아스라한 산을 말합니다. 따라서 간월산은 한여름 그 바위에 구름이 걸려야 명촌리 고래뜰에 비가 내린다는 <천길바위>틈에서 맑고 깨끗한 약수가 흘러내리는 아스라이 높은 산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언양중고등학교의 교지(校誌)에 쓴 제목이 간(肝, 제가 지금 앓고 있는 간암의 간) <간월(肝月)>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렇게 불러왔으니 그렇겠지 했는데 제 나이가 40이 좀 넘어 이 책 저 책을 읽다 문득 그 간월산이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에 나오는 바로 그 간월산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일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독보적인 고래그림으로 고인류사의 현장이자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한 <반구대암각화>가 바로 언양읍에 소재하고 있음을 알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정 때 당시 신기술 <노르웨이식 포경(捕鯨)법>으로 세계포경산업을 이끌어온 장생포와 방어진에 지금도 거의 매일 돌고래가 유영(遊泳)하는 울산앞바다에 용궁이 있고 그 용궁(龍宮)의 대신 별(鼈)주부가 병든 용왕을 고칠 토끼 간을 구해오라는 명을 받자 마치 놀부에게 쫓겨나는 판소리 속의 흥부처럼
“난감하네...!”
를 중얼거리며 태화강을 타고 간월산 밑 작괘천에 도착, 간월산에 올라가 어리숙한 토끼 한 놈을 유인해 용궁으로 데려간 이야기가 참으로 그럴듯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토끼가 다시 정신을 차려 맘속으로
(난감하네...)
를 뇌이며 자신은 일 년에 한 달 정도 간을 꺼내 공기 맑은 간월산 <천길바위>에 걸어 말린다고 속여 용궁을 탈출한 토출용궁의 이야기가 역시 그럴 듯한 겁니다.
그러고 보면 바위 간(澗)과 간(肝)간의 간월산이 다 옳은 것 같습니다. 또 언양사람들도 여태 그렇게 써온 만큼 본 연재는 간월산은 간(肝)월로, 간월사는 간(澗)으로 쓰기로 하겠습니다.
언양과 간월산, 그 참 재미있는 전통의 고장인 것입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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