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옹(進翁) 시인의 간월산 산책 (2)언양읍과 간월산

이득수 승인 2020.04.17 19:25 | 최종 수정 2020.04.19 00:28 의견 0
(사진은 언양읍성에서 본 간월산, 좌중앙 우뚝한 신불산 옆 오목한 간월재 옆 동그랗고 예쁜 봉오리가 간월산입니다.)
사진은 언양읍성에서 본 신불산과 간월산. 좌중앙 우뚝한 신불산 옆 오목한 간월재 옆에 동그랗고 예쁜 봉오리가 간월산.

제가 늘 들먹이는 언양지방이란 공간적 법위는 울산의 서쪽 옛 언양현이 소재했던 언양읍과 삼남, 상북, 삼동, 두동, 두서의 6개 읍면으로 영남알프스의 준봉에 둘러싸인 아늑한 고장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 교통(역마(驛馬)와 봉수(烽燧))의 거점인 덕천역이 있어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상업이 발달하며 보부상과 남사당이 수없이 거쳐 간 매우 역동적인 고장이기도 합니다.

또 일본에 가까워 자주 침탈당하면서 독립심과 자생력이 강한 사람들이 살아오며 독특한 사투리와 생활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 출신인 제게 단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매우 아름답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고장>이 되겠습니다.

누구나 잘 아시겠지만 영남알프스는 석남사를 품은 해발 1240미터의 간월산이 주봉(主峯)입니다. 또 신불산은 산악시인 배성동이 탄복해마지 않은 것처럼 너무나 당당하고 헌걸차며 넓은 품을 갖추어 한국전쟁 당시의 빨치산을 비롯하여 임진왜란의 의병과 일제시대에는 숯쟁이를 위장한 사상범을 다 품어준 영남지방을 대표할 만한 반란과 저항의 땅이며 그만한 기백의 산입니다(저 역시 삼남면 사람이라 현재 교정중인 1만 쪽짜리 대하소설의 제목을 <신불산>으로 정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상북면 사람들은 당연히 주봉 가지산을 면의 상징이자 터전으로 삼고 삼남면 사람들은 신불산을 너무나 숭상해 <큰 산>이라 부르며 감히 정상을 잘 밟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1면1산을 기본으로 평지인 언양읍은 큰 산이 없어 신불산 귀퉁이에 붙은 겨우 해발 1,083미터의 간월산을 언양읍의 상징으로 삼아 각종 교가(校歌)가 <우러러 간월산 맑은 정기>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부르던 언양중고등학교의 교가 가사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우러러 간월산 맑은 정기에
 이 고장 젊은이 배움의 터전
 아아, 거룩한 언양중고교
 아아, 거룩한 언양중고교.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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