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옹(進翁) 시인의 간월산 산책 (5)언양 작천정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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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2 15:19 | 최종 수정 2020.04.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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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의 '작천정(酬川亭)'은 지역의 유일한 관광지로 대도시 부산, 울산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언양지방의 랜드마크(지역 상징)와 같은 정자입니다. 옛날에는 단지 반석이 드넓고 호박소를 도는 물이 맑고 정자가 멋들어지다는 정도로 알려져 언양사람들이 봄에 화전(花煎)을 하고 한여름에 시원한 바위그늘에서 발을 씻는 세족(洗足)과 봄가을 초중고등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알려졌지요.
특히 1890년대 일인들이 35번 국도를 닦으며 유입될 때 심은 작천정 진입로의 아주 오래된 벚꽃터널은 우리 자랄 때 서울의 창경원과 쌍벽을 이룰 정도였는데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봄만 되면 벚꽃 공화국으로 변하자 그저 평범한 유원지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요즈음 관광 측면에서는 작천정보다 간월계곡이 더 알려져 있는데 이는 1960년 때 군사정권의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가까운 울산에 정유공장, 비료공장으로 점화되어 전국의 젊은이들이 몰려든 데다 맛 좋은 언양쇠고기가 '언양불고기'로 개발되고 등산과 레저붐이 일면서 간월계곡의 맑고 넓은 품, 홍유폭포로 불리는 간월폭포와 대한민국 자수정의 99%를 생산하던 옥산(玉山) 자수정동굴의 관광자원화, 등억온천개발로 이제는 간월계곡 자체가 부산울산지방의 대표적 힐링공간, 레저공간이 된 것입니다.
아담하고 산뜻한 외관에 비해 작천정은 지금부터 한 130년 전 구한말 나라가 백척간두에 섰을 당시 현감 정긍조와 언양향교의 선비들이 세운 정자로 역사나 전통이 그리 깊지 않은 편입니다.
먼저 그 정자 이름인 작천정을 풀이하면 작천정은 술잔을 주고 받는 다는 작(酌), 그러니까 우리가 수작(酬酌)한다고 할 때 술잔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말하자면 작괘천 호박소에 띄운 술잔을 주고받는 작천이겠지요.
비록 역사는 깊지 않지만 이 정자 주변에는 동학과 항일독립운동, 6.25전몰과 반공 근대사의 흔적이 많아 새 문물을 받아들임에 망설임이 없고 현실성이 강한 언양사람들의 기질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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