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옹(進翁) 시인의 간월산 산책 (10)석탄절 불경(佛經) 한 구절

이득수 승인 2020.04.29 20:51 | 최종 수정 2020.04.29 21:04 의견 0
아내와 간월사지 북탑. [사진=이득수]

불경의 표지는 더러 훑어도 도무지 신심(信心)이 없어 승도 속도 아닌 평리 선생도 일단 석탄절을 맞은 만큼 평소에 제일 좋아하던 불경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사고(四苦), <인생살이 네 가지 고뇌>입니다.

 愛別離苦 애별리고
 憎不別苦 증불별고
 求不得苦 구부득고
 皆五蘊苦 개오온고

 사랑해도 헤어져야 하는 아픔과
 미워도 못 헤이는 괴로움과
 원해도 못 가지는 그 모든 것들,
 그래서 이 세상은 모두 슬픈 것.

 부연(敷衍)설명
 
 1. 고생의 고(苦)자는 씀바귀(씬냉이)라는 나물의 글자입니다. 저는 어려서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으로도 부족해 봄만 되면 저 괴로운 쓴냉이 나물을 먹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쓴냉이는 위장이나 건강에 좋아 이렇게 70을 넘기나 봅니다.
 
 2. 저 개인적으로 평소 미워한다는 증(憎)자가 왜 하필이면 마음 심(忄)변의 스님 승(僧), 스님의 마음인지 늘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그건 스님이 삼악(三惡)인 탐진치(貪瞋痴)를 이기려는 마음이란 걸 알고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커피를 뽑아들고 아내를 기다리는 필자.

 4. 오온(五蘊): 세상에 생멸하는 모든 것,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세상의 모든 물상과 이치와 그 변화를 이르나 여기서는 쉽게 세상 전체, 삶의 이치 등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4. <애별리고(愛別離苦)>에서는 가족이나 정인(情人)을, <증불별고>에서는 동료나 동종업자 같은 경쟁자나 앙숙을, <구부득고>에서는 돈과 명예와 건강을, <개오온고>에서는 내가 살아온 세상, 두고 갈 세상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위 사진은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인간이 저 멀고 높은 세상, 탐욕과 갈등도 없는 고요와 적멸의 나라를 오르려는 염원을 담고 비손을 하던 탑(塔, 간월사지 북탑)이 모습입니다. 아래 사진은 이 애(愛와 哀) 많은 시인의 첫 번째 애별리고(愛別離苦)인 제 아내를 기다리며 제가 진료를 받은 부산개금백병원의 매점에서 커피를 뽑아들고 주차를 하고 올 아내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마주보고 마시는 아내의 4,300원 짜리 라떼와 저의 500원 짜리 모카커피는 이 세상에서 제일 감미로운 음료로 두 사람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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