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명촌리 일기 (15)인도(印度)소식 짠짠짠3

이득수 승인 2020.05.05 21:25 | 최종 수정 2020.05.07 16:15 의견 0
첫 번째 인도 땅의 한국자매
인도 땅의 한국 자매.

세 번째 인도소식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인도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소개할까합니다.

인도(印度)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임은 물론 힌두교와 불교의 발상지로서 종교적, 철학적으로, 또 인구의 규모면에서 굉장히 소중한 지구가족의 하나입니다. 마치 가오리 모양으로 생긴 국토는 대체로 동서남북으로 4곳의 거대도시가 있는데 동쪽이 갠지스강의 하류 콜카다, 서쪽이 영화산업으로 유명한 뭄바이, 남쪽이 향료집산지 마드리스, 인도의 오랜 고도(古都)이자 중심지인 북쪽의 수도 델리입니다. 그 델리의 행정기관을 옮기고 외국인의 거주지를 개척한 곳이 바로 신도시 뉴델리인데 우리 아이들이 그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가보진 않았으나 한국은 우리 아이를 비롯한 한국 아이들이 인도의 외국인학교에서 동갑짜리들보다 덩치도 크고  공부나 예능에 뛰어나 각종 축제의 주인공이 되고 한국 아이의 생일날 전체가 한복을 입어보는 행사를 할 만큼 앞서나갑니다. 그게 모두 전자와 IT에서 자동차와 식품을 선도하는 문명국으로서 잘 사는 나라, 품격 높은 국민으로 대우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교민 전체가 단합이 되어 한국의 생필품을 컨테이너 째로 들여와 생활에 아무 불편도 없지만 한국의 라면과 초코파이 같은 식료품까지 품질이 좋아 귀국했던 아이가 믹서커피를 몇 상자 회사에 갖다 놓으니 인도의 현지인들이 순식간에 그걸 다 타서 마실 정도로 인기가 있고 축제를 하는 날에도 반드시 한국코너를 만들 정도랍니다. 

거기다 우리 두 손녀의 미국계 외국인학교의 수업료가 아이 당 1년에 무려 3000만 원이나 되는데 그걸 부담하는 기업은 물론 대한민국 자체가 엄청 부유하고 강한 나라의 상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구 대국 인도에 코로나19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무디수상이 통행금지를 다시 2주 연기를 선언하는 바람에 한창 뛰어놀 아이들이 종일 4식구끼리 놀다 자고나면 또 네 식구만 놀아 그 답답하기가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두 아이는 요즘 만화 그리기에 흠뻑 빠져 있답니다.

가화의 〈우리가족〉.

오늘도 매일 눈에 밟히는 두 아이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만 8세 가화(嘉禾)는 제 첫 번째 친 손녀로 만약 동생도 또 딸을 낳고 아이를 더 낳지 않으면 종녀(宗女, 종손과 같은 개념의 딸,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라는 자전소설의 유안진 시인과 같은 경우)가 될까봐 굉장히 신중히 지은 이름입니다. 과연 제 우려처럼 그 아이가 종녀가 되고 말았지만.

'가화(嘉禾)'는 사전에도 나오는 보통명사이기도 한데 그 뜻은 옛 왕조시대에 주곡(主穀)인 벼는 보통 한 이삭에 50개 정도의 알갱이가 달리는데 간혹 200개 이상의 알갱이가 달린 슈퍼 벼이삭이 나오면 그걸 상서로운 징조(徵兆), 가화라고 부르면서 임금께 바쳤다고 합니다. 그러면 임금은 가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자신이 선정을 베풀어 태평성대가 온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상을 내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옛 사람들은 봉황(鳳凰, 상상 속의 길조), 연리지(連理枝, 두 개의 독립된 나뭇가지가 하나로 붙어 수액이 흐르는 경우)와 함께 가화를 태평성대와 길조의 상징으로 여겼답니다.

이름이 좀 고품격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 아이는 우선 또래 아이보다 엄청 빨리 자라 지금 세는 나이 아홉 살임에도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의 덩치가 됩니다. 춤과 노래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며 공부도 잘 하지만 무엇보다 승부욕이 강해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해 제 부모들이 걱정이 많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또래 여아보다는 남아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해 혼자 사내아이들과 같은 반이 되기도 했는데 인도에서도 같은 반 한국 남자아이 둘이 번갈아 가방을 들어다 줄 정도로 억센 구석이 있어 그 또한 걱정거리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차츰 여성스러워지면서 재주가 한 두 가지로 압축되어 전문직업을 가지고 건강하고 성실한 사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되 가급적 이(李)씨 성을 가지거나 어미의 성을 따르도록 허용하는 남편을 만나 제 가문(家門)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우화의 〈우리가족〉.

두 번째 아이의 이름은 '우화(羽化)'입니다. 역시 한글사전에 있는 단어로 곤충의 변태(變態) 4단계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마지막 단계로 번데기에서 나방이 나와 하늘로 날아가는 비상(飛翔)의 단계를 말합니다. 달리 설명하면 '화려한 변신(變身)'이 되는데 할아버지의 가난하고 외롭고 고된 삶을 닮지 말고 아름답고 품위 있는 삶을 살라는 뜻이었습니다.

평리(平里) 선생

둘째라 그런지 이 아이는 늘 언니의 눈치를 살피면 조용조용 소리 없이 자랐습니다. 언니가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을 잡으면 그 애는 조용히 구경하고 언니가 닭장에 들어가 알을 낳는 암탉을 만지면 그 애는 바깥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소심했는데 놀라운 건 춤이든 그림이든 글자든 언니가 배우면 어느 새 같이 따라 배우고 언니가 시를 쓰면 시를, 어린이동화를 쓰면 저도 쓰는데 결코 언니에게 뒤지는 법이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가끔씩 아주 기가 막힌 글이나 그림을 그리고 생각도 못 한 춤사위를 발상해 깜짝깜짝 사람을 놀라게 하며 생각이 깊어 자기의 말에 남의 마음이 아플까 늘 배려하는 것이 좀 지나칠 정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마음이 여린 아이가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강인해져 제가 못 이룬 학자나 대학교수, 소설가의 꿈을 이루고 제 서재 '평리재'를 물려받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인도에서 찍은 두 자매의 사진 한 점과 그림 한 점씩을 올립니다. 엄마(파랑), 아빠(초록), 언니(빨강), 동생(노랑)의 색깔을 미리 설정하고 그린 점이 재미있습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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