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옹(進翁) 시인의 간월산 산책 (7)홍류(虹流), 무지개가 걸리는 '간월폭포'

이득수 승인 2020.04.25 20:59 | 최종 수정 2020.04.25 21:17 의견 0
간월폭포 [사진=이득수]

간월산을 이야기하면서 <천길바위, 현지인 발음 천질바우>와 <간월폭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간월산 서봉 8부 능선에 아스라이 솟은 정6면체에 가까운 천길바위는 그 수직 벽이 얼마나 높은지 천길(1,800미터)로 보이는데 등산가들의 도전대상이라는 점 외에 강도고개 너머 명촌리 고래뜰이나 길천리 지하뜰 또 향산리 농부들이 천길바위에 구름이 걸려야 들에 비가 묻어오고 그렇게 농사를 짓는다는 농사의 길잡이이기도 합니다.

<천길바위>가 가까운 상북면 사람들이나 아는 데 비해 간월폭포는 <홍류폭포>로 전국의 등산가, 여행가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홍류(虹流)는 무지개라는 뜻으로 이무기나 용의 이미지가 풍겨 마치 여의주를 얻은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을 할 때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연상시킵니다. 그래서 홍류는 무지개 또는 무지개 형상의 반월교(半月橋)에 인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양토박이들은 그저 간월산에 있으니 간월폭포로 알고 있고 홍류폭포는 같은 영남알프스인 밀양재약산에 있는 흑룡폭포와 헛갈리기도 해 저는 간월폭포로 쓰기로 하겠습니다.

전에 간월산이 소재한 법정리가 오르고 또 올라 억수로 오르는 등억리(登億里)라고 소개했는데 간월계곡을 흘러내리는 계곡하류에 농사를 짓는 옛 마을을 꽃내라는 <화천>부락으로 부르고 오른쪽에 강도고개를 두고 계곡 위로 올라가는 찻집이 많은 마을일대를 <간월>, 그리고 지금 간월재를 올라가는 다리 위쪽을 <안간월>이라 부릅니다.

그 안간월 다리를 건너 좌측의 간월사와 복합웰컴센터를 지나 한 30분 돌부리, 나무뿌리가 엉기고 작은 개울이 가로막는 급경사길을 부지런히 걸으면 간월폭포에 도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옛 등억리의 두 명소인 간월사와 간월폭포 두 곳이 다 억수로 걸어야 하니 등억리라 불렀을 것 같은 늙은 시인이 상상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사진1은 간월폭포 정면 사진2는 등산로 입구에서 본 간월재(천화현)의 모습입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본 간월재 [사진=이득수]

간월폭포는 영남알프스에서도 가장 크고 헌걸찬 신불산의 가장 높고 험한 바위절벽 신불산 공룡능선에서 수직에 가깝게 흘러내리는 폭포로 그 높이가 33미터가 되고 아래쪽 웅덩이의 폭은 가로 세로 십여 미터가 됩니다. 물이 매우 맑고 달아 식용은 가능하지만 너무 차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목욕은 불가능합니다. 이 아스라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발, 즉 수렴(水簾)에 여름에는 무지개가 걸리고 겨울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햇빛에 반사되니 역시 무지개  빛이 났을 것이고 그래서 홍류, 즉 무지개폭포라 부르는 것도 당연하답니다.
 
그런데 그 물이 대부분 신불산의 공룡능선에서 떨어짐에도 폭포이름이 간월산임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예로부터 산이름은 쳐다보는 방향에 따라 다를 수가 있는데 삼남면의 주산인 신불산의 공룡능선이 워낙 길게 동서로 뻗다보니 어디서 어디까지가 신불산이고 간월산인지 구별하기가 참으로 애매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북쪽 기슭인 상북면 등억리 화천부락이나 간월부락에서 보이는 부분은 <간월산> 삼남면 사무소가 있는 교동리나 신화리 쪽에서 보이면 <신불산>이 됩니다. 따라서 신불산, 북쪽 계곡은 간월산기슭이 되고 폭도도 자연적으로 <간월폭포>가 되는 이치랍니다.
 
이 간월폭포를 좌우로 두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오른 쪽은 급경사 언덕길로 바로 신불산의 안부(鞍部)로 가는 길이지만 왼쪽 천 길의 벼랑을 타고 신불산 공룡능선을 거쳐 폭이 30센티도 안 되는 칼바위 외길을 지나는 스릴도 있고 성취감도 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합니다. 

또 주로 봄가을의 주말엔 폭포 바로 아래 솔향기가 가득한 언양미나리로 지짐을 구워 파는 아줌마가 있으니 하산길에 미나리지짐에 막걸리를 한 잔 하는 운치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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