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명촌리 일기 (9)백모란과 친구들 포토 에세이 942, 일흔 살의 봄날들 40 이득수 승인 2020.04.19 15:05 | 최종 수정 2020.04.19 15:43 의견 0 프리마돈나 백모란 우리 집에 이사 온지 6년째가 되는 백모란이 네 번째로 꽃을 피웠습니다. 귀촌해서 처음 언양장날 꽃시장에 간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 꽃장사가 권하는 대로 가장 고급스럽다는 하얀 목련과 흰 동백을 샀는데 그게 함정이었습니다. 모종장사는 단지 비싸고 잘 안 팔리는 걸 팔려고 제게 권했는데 순진하게 속은 것입니다. 그 희귀하다는 나무들은 체질적으로 약골이라 동백은 시름시름 앓다 꽃 한 번 못 피우고 3년 만에 죽었고 2년이 지나 간신히 하얀 꽃 두개를 피운 백목련은 바람이 불자 불과 한나절 만에 꽃잎이 찢겨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그 제서야 저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원래 모란이란 그처럼 오래 애를 피우다 간신히 피어도 바람이 조금 불거나 비에 젖으면 금방 져버리는 거였습니다. 이듬해 여섯 개의 꽃을 피운 백모란은 사흘을 버텼고 작년에는 날씨가 좋아 14개의 꽃이 근 1주일을 견뎌 단단히 눈 호강을 했습니다. 올해도 지난 주말 비가 내려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주초에 날씨가 좋아 닷새째 건재하고 있어 우리 파우스티나(마초네 할매)의 기분이 흐뭇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좋은 계절의 명촌별서에 꽃이 어디 백모란뿐이겠습니까? 모란이 아니면 능히 주인공이 되어 포토 에세이 하루치를 장식할 꽃 무려 11종을 백모란의 시녀랄까, 친구로 한꺼번에 소개하겠습니다. 올해는 꽃도 좋고 고운데다 포토 에세이 글감도 넘쳐 아예 크레파스 한 통처럼 백모란의 열두 시녀를 소개합니다. 영산홍과 매발톱(뒤의 보라색 꽃) 백모란 앞에 그 몸종 튜울립과 앵초(조그만 보라색 꽃) 하얀 라일락과 붉은 박태기콩 노란 황매화와 죽단화(꽃잎이 많은 꽃) 미국병꽃 은방울꽃 뱀을 쫓기 위해 심은 골담초(뼈 건강에 좋다고 함). 일본 제비꽃 꽃향기가 너무 진해 잠시 숨을 돌릴 분은 꽃 사이에 숨은 저의 애완견 마초(2회)와 마초네 할매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소설가> UP0 DOWN0 인저리타임 이득수 leedsoo@daum.net 이득수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