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명촌리 일기 (10)인도(印度)소식 짠짠짠2
이득수
승인
2020.04.21 14:54 | 최종 수정 2020.04.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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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도교민들이 코로나19를 피해 나라에서 내준 전용기로 일부 귀국했을 때 혹시나 했던 우리 아들네 가족은 역시나 오지 못 했습니다. 지금 거주지 뉴델리가 그리 위험한 곳도 아니지만 현지 회사의 관리자로 감히 들어오겠다는 생각도 할 수 없고요. 대신 한국인은 생필품을 컨테이너 째로 한국에서 들여가 마스크를 비롯해 모든 물자가 다 넉넉하답니다.
그렇지만 한창 호기심이 많은 7, 8세 두 아이에게 엄청 길고 갑갑했을 3주간의 '전국민 꼼짝 마'를 다시 2주간 연장한다는 무디수상의 발표가 있어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수밖에요. 그나마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은 그렇게 서로 사정이 어렵고 궁금하니 매일 인도와 한국 사이에 전화가 오고가 부모의 자식 사랑과 자식의 부모 걱정에 조국애까지 긍정적 효과도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퍽이나 미묘한 입장입니다. 지난해 봄 아들이 인도발령이 났을 때 병이 깊은 저 때문에 망설이는 걸 부모가 자식 앞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떠밀어 보낸 바람에 아들은 혹시 자신이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있을까 늘 걱정했는데 그게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이지요.
본래 우리 가족의 계획은 올해 5월말 저의 칠순에 인도의 아들네는 물론 전 가족이 모여 마침 출판준비 중인 포토 에세이집을 내어 출판기념회 겸 칠순잔치를 하려했으나 지금 시점이 칠순잔치나 도서출판기념회를 할 분위기도 아닌 데다 무엇보다 아들네 식구가 올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거기다 올해는 제 치료비로 벌써 엄청 거금이 들어가 제 입으로는 무슨 말도 꺼낼 입장도 아니고요.
더욱이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수많은 소상공인과 영세시설농이 파산 직전이고 취업준비생이나 실직자는 끝이 안 보이는 심연을 허덕이는 판에 이 늙은이가 그런 호사스런 푸념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제가 모진 결심이자 허황한 계획을 하나 세웠습니다. 피할 수 없는 난관이면 차라리 즐기자고, 제 칠순을 10년 뒤 '팔순잔치'로 미루기로 말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포토 에세이 독자들만은 그 야무진 꿈이 실현될 것으로 믿고 말입니다.
이 늙은이의 걱정보다 더 심한 것은 한창 재롱을 부릴 호기심 많은 두 아이들입니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경찰이 몽둥이로 어깨를 내리치는 그 살벌한 곳에서 이제 겨우 정을 붙이고 친구를 사귀고 영어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두 아이의 얼굴이 하얀 사내 친구와 까무잡잡한 계집애 친구들을 당분간은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두 딸과 부모가 저들끼리 논다고 온갖 머리를 짜내어도 심심하고 따분하기가 끝이 없는데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연년생 자매라 저들끼리라도 놀지만 한 자녀 가정의 고통은 정말 이만 저만이 아니랍니다.
맨 위 사진은 코로나로 종일 집에 갑갑하게 갇혔던 둘째 우화(7세가) 그린 그림입니다. 대충 훑어보면 코로나19가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인데 좀 확대를 해서 작은 그림과 잔글씨를 살피면 더욱 묘미가 있습니다.
우선 화폭은 4개의 칸으로 구획된 일종의 만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쪽의 아빠천사, 엄마천사가 두 아이 중 큰애 가화(8세)에게 너의 소원이 무어냐고 물으니 코로나19가 없는 세상이란 대답을 하고 그걸 동생 우화가 만화로 구성해 그린 것입니다.
그림의 완성도나 묘미는 둘째 치고라도 우리가 처한 갑갑한 시대상과 소망(所望) 잘 담겨 있습니다.
No corona19,
Yes happy!
저와 여러분의 가정에 모두 어서 코로나19가 없는 행복한 날이 다가와야겠습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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