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81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숲에는 그대 향기

이득수 승인 2021.06.22 13:47 | 최종 수정 2021.06.26 11:57 의견 0
숲에는 그대 향기
숲에는 그대 향기

연둣빛 들깻잎과 고추밭 뒤로 소나무, 참나무 숲이 짙푸릅니다. 가는 바람이 불어 햇살이 숲속을 비추면 짙은 솔향기와 함께 벌 나비와 곤충들이 웅웅대는 소리가 들리고 간혹 새소리도 끼어듭니다.

그리고 바람이 잠잠해지면 미끈한 나뭇가지 끝에 새삼 맑고 투명한 기운이 하얗게 부서집니다. 한해를 두고 이 숲이 가장 빛나는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애든 한 가정이나 국가민족의 흐름에도 가장 빛나는 시절, 저렇게 나뭇잎이 푸르른 절정도 있고 낙엽이 지거나 눈에 덮이는 몰락도 있을 것입니다. 나이 들어 숲을 보면 우리가 젊어서 열광했던 돈과 명예, 승진과 출세 그 위에 몹시도 누구를 그리워했던 목마름이나 그리움, 그런 사랑마저도 다 허무한 것이고 그냥 저 푸른 기운, 나뭇잎처럼 싱싱했던 젊은 날이 그리울 뿐입니다.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뭉게구름 피어나듯 사랑이 일고 끝없이 퍼져가는 젊은 꿈이 아름다워...>로 시작되는 <꿈은 사라지고>의 멜로디가 떠오릅니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나 여자나 또 어떤 사람인들 그렇게 푸르른 날이 그립지 않고 사라진 꿈이 아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에 한번 포토에세이에 인용한 글 같지만 마약처럼 미혹되어 다시 한 번 올립니다. 그렇지요. 푸르른 날이 그립지 않고 사라진 꿈이 아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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