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92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무엇이든 찾아보세요

이득수 승인 2021.06.26 14:19 | 최종 수정 2021.07.07 08:42 의견 0
옥수수밭

명촌리 사광마을에 있는 옥수수 밭입니다. 뒤에 보이는 축사의 소를 먹일 옥수수를 심어 한창 열매가 익어갈 무렵 콤바인으로 단숨에 베어 싱싱한 영양식을 공급하기 위해 명촌리에선 해마다 벼대신 옥수수를 심는 땅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밭에 옛날 밭둑이 그대로 있어 구불텅한 두렁을 따라 트랙터로 이리저리 옥수수를 심다보니 이상한 도형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별을 보여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옥수수이랑에 숨은 별모양을 올렸답니다.

그런데 올해는 별모양 대신 직선과 사선의 골이 겹치는 부분에 몇 개의 절묘한 도형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사프(#)모양과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가 있고 사다리를 찾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또 뒤 두렁을 따라 휘움하게 굽은 두 개의 골에서 옛날 외갓집에 가던 동해남부선의 철길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또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수학시간에 배운 마름모꼴 나란히꼴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새파란 옥수수골에는 인간의 상상력을 채워줄 수많은 도형, 선분과 직선, 그리고 단절과 소멸이 있습니다. 행복이나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나 부와 성취의 반올림(#)이나 유년의 마을과 철길을 찾아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꿈꾸고 상상하는 그 무엇이라도 찬찬히 찾아보기 바랍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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