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96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식성도 이상한 모기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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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13:17 | 최종 수정 2021.07.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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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양분(兩分)하라고 할 때 가장 정확하고 틀림없는 방법은 남녀로 나누는 일이고 기혼, 미혼은 사회의 관념이 만들어낸 관습상의 분류라 할 것입니다.
또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은 정확한 기준을 설정하기가 어렵고 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은 남의 시각과 자신의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 관념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안경을 낀 사람과 안 낀 사람, 코를 고는 사람과 안 고는 사람 같은 비교적 정확한 구별도 있는데 시골에는 그와 비슷한 예로 모기를 타는(물리는) 사람과 안 타는(안 물리는)사람의 두 부류가 있습니다.
날마다 풀을 뽑고 풀밭에서 살아가는 시골아낙들에게 모기가 물고 안 물고는 바로 천당과 지옥, 그러니까 공주로 태어난 것과 무수리로 태어난 것처럼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되는 것입니다.
농사꾼의 후예로 진화한 저는 모기를 잘 안 탑니다. 모기를 심하게 타는 아내에게 나는 피부가 거칠고 두껍기도 하지만 술, 담배로 피가 혼탁해 모기가 불량식품 취급을 하는 반면 도시에서 태어난 연약한 피부에 식성이 단순한 아내의 피는 모기에게 거의 무공해 자연식품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부산의 큰 마트에 갔다 온 아내가 카버를 벗겨 던지기만 하면 바로 동그랗게 텐트가 설치되는 방장을 두개나 사와 하나는 자기가 들어가고 저에게도 하나를 치라는 걸 저는 유전자의 이점을 믿고 단호히 거부를 하며 텔레비전에서 <도시어부>를 보며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사진을 장난사마 찍기도 하고 낄낄거린 밤입니다.
세상에는 식성이 좀 특별한 모기들이 있는지 저는 평생 처음 온몸이 거의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모기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조강지처의 말을 들을 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그래서 오래 된 아내의 이야기는 꼭 들어야 되나 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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