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98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왜 무슨 일이 있어?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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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6 13:04 | 최종 수정 2021.07.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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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한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한꺼번에 피어버린 해바라기 꽃들이 마을에서 제일 예쁜 순이네 집을 몰래 넘겨다보는 악동(惡童)들처럼 발돋움을 하고서
“왜 무슨 일이 있어?”
“마초가 꼬리 없는 늙은 고양이 검둥이에게 당했대.”
“아니, 덩치는 마초가 훨씬 커잖아?”
“그래도 늙은 고양이의 발톱을 당할 수가 없어.”
번연히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허수아비 둘을 아예 무시하고 저들끼리 속삭이는데
“참 부산병원에 간 할아버지는 좀 어떻대?”
키 큰 다알리아 두 송이가 끼어들자
“이번에도 별 일없이 넘어갈 것 같아. 잠깐 들렸던 할머니 표정이 밝았잖아?”
“그럼 잘 됐네. 마초가 다시 할아버지랑 산책을 할 수 있겠네.”
하고 제 이야기를 해도 베란다에서 저 멀리 도로 쪽을 바라보며 귀를 바짝 세워 할머니의 자동차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는 마초는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맞아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아마도 오후 늦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올 거야.”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키 작은 다알리아가 한 마디를 던지자 마초의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순간 귀부인 글라디올러스도 화사한 미소를 띠며 비로소 안심하는 눈치였습니다.
다시 뜨락이 조용해졌습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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