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95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천상의 걸작 거미줄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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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13:20 | 최종 수정 2021.07.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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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밤새 이슬을 머금어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처럼 떨어질 것 같은 방사선형 거미줄을 보는 아침이면 한 마리의 작은 거미가 어쩌면 저렇게도 황홀하고도 정교한 작품을 하늘에 매달았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또 그저 먹이를 잡으려고 본능적으로 줄을 치는 거미라기보다는 이건 달과 별과 숲과 벌레가 이루어낸 대자연의 조화 또는 종합예술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비가 내린 아침의 거미줄은 좀 다릅니다. 귀부인의 귀고리처럼 너무 큰 물방울을 매단 거미줄이 아래로 처지기도 하고 무게를 이기지 못해 찢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하늘에 걸린 거미줄을 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의 거미줄 위쪽을 좀 자세히 보세요. 그 빗속을 무언가 먹이를 찾아 나서던 나방 두 마리가 꽁꽁 묶여 대롱거리고 있습니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풀 섶 어디선가 비로소 노동의 대가를 받은 거미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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