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91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앗, 나의 실수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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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1 19:38 | 최종 수정 2021.07.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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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거져 바람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화단의 수목 일부를 정리해서 쓰레기장에 버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무심코 배어낸 꽃대 중에 아직도 한창인 노란 ‘논또’꽃과 빨간 장미가 몇 송이 섞였던 모양입니다. 그 화려한 원색의 꽃송이들은 버림받은 자신들의 처지를 모르는 것처럼 손수레 위에서 묘한 조화를 이루며 여전히 눈부신 자태를 뽐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자리에 서 있을 때 보다 더 고혹적인 것 같기도 하고 평범한 꽃꽂이를 넘어 대단한 안목의 작가가 거의 예술에 가까운 설치예술을 완성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일끝을 매끈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지저분한 걸 제일 싫어하는 아내를 설득해 저 아름다운 꽃들이 시들 때까지 한 2, 3일 더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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