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03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옥수수3, 정겨운 이름

이득수 승인 2021.07.16 20:10 | 최종 수정 2021.07.17 10:38 의견 0

'옥수수 익어가는 가을들판에 또 다시 고향생각 그리웁구나'처럼 우리나라 노래에는 옥수수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우리네 정서에 깊이 박힌 이름이지요.

요즘 새로 출시하는 가전제품, 휴대폰, 자동차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얼마나 호응을 받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되는데 우리 한국어의 아름다움이랄까 멋진 이름 중에서 옥수수도 절대로 뺄 수 없는 명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수수보다 많이 큰 이 통통한 열매를 '굵은 수수', '왕수수'정도로 하지 않고 어째 구슬 옥(玉)자 옥수수로 지었는지, 얼마나 매끈매끈, 옹골똥골 예쁜 이름입니까?

강냉이박상

거기다 옥수수를 음식으로 삶거나 구워먹을 때는 강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게 얼마나 친숙하고 자연스러운지, 포시러운 이름 옥수수 콘이 없던 시절 강냉이박상이라고 부르며 깨진 바가지에 담아 먹으면 또 얼마나 달고 맛이 좋던지... 그래서 강냉이박상을 사오지 않는 장날은 장날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똑 같은 박상도 강냉이박상이라고 부르면 맛이 나는데 옥수수박상이라고 부르면 어딘가 맛이 안나 옥수수튀밥으로 쓰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강냉이박상을 튀는 뻥튀기소리와 김이 올라오는 풍경을 빼곤 시골 대목장을 연상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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