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10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논또'라는 이름의 꽃

이득수 승인 2021.07.21 15:24 | 최종 수정 2021.07.24 09:07 의견 0
겹삼엽국화꽃

제 생가의 장독간 옆에 '논또'라는 이름의 매우 풍성하고 키 큰 꽃이 있었습니다. 여름이면 무성한 잎 사이로 국화꽃처럼 생겼지만 아기주먹 만큼 큰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거기 있으니 두는 식으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창 자라던 중학교 때의 저에겐 특별한 용도가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배가 고파 우선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한 바가지 떠 마시고는 저 미나리처럼 생긴 <논또> 잎을 한줌 뚝 잘라 두레박의 물에 두어 번 헹구어서 고추장 독을 열고 꾹 찔러 그걸 반찬으로 미리 삶아놓은 보리쌀을 한 줌 뚝 떼서 우물거리며 먹고 다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입도 헹구고 손도 씻고 했었지요.

정년을 얼마 앞두지 않고 귀향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 기장이든 밀양이든 야외에만 나가면 저는 추억이 어린 저 논또꽃을 찾았지만 좀체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명촌리에 들어와 뜻밖에도 너무 쉽게 누님집에서 발견하였고 그걸 얻어다 심어 오랜 숙원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은 너무 생육이 왕성해 한 주먹쯤 되는 뿌리를 심으면 그 해에 바로 담요 한 장 만큼 옆으로 번지면서 그 큰 키로 온 화단을 접수해 버립니다.

그래서 늘 화단이 좁아 동동거리는 아내의 원망을 받아 5월에 한번, 6월에 한번 두 번이나 미리 한 80%쯤 잘라내기를 하는데도 7월에 피는 꽃이 너무 키가 커 조금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금방 쓰러집니다.

그런데도 저걸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우리 것이어서 좋고 익숙한 것이어서 좋기 때문입니다.

<다음> 어플에 사진을 찍어 꽃 이름을 검색하니 '겹삼엽국화꽃'이라고 나왔지만 저는 그냥 '논또'꽃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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