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15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나라꽃 무궁화

이득수 승인 2021.07.27 15:06 | 최종 수정 2021.07.29 10:06 의견 0
무궁화
무궁화

애국가 가사에 나오듯이 나라꽃이 무궁화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어쩐지 매화나 국화, 진달래나 찔레꽃, 코스모스나 구절초, 하다 못해 봉숭아처럼 국민들의 삶이나 정서에 깊숙이 녹아드는 느낌이 들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상징이나 기호는 시민들의 시각 또는 삶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스며드는 것이지 위정자나 학자의 선도로 급조되는 것은 아니라고나 할까요.

한때 나라꽃을 살리고 알리자고 많은 사람들이 나섰고 <무궁화 선양회>를 만들어 평생을 헌신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대중화되지 못했는데 그게 한일전의 축구나 올림픽에서 우리선수가 이마에 질끈 동여맨 태극기만 보면 그냥 피가 끓어올라 전 국민이 애국자가 되는 태극기와는 접근성에 차이가 많은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면 명촌리에도 더러 무궁화가 있는데 대부분이 제대로 가꾸어지지 않고 울타리나 둔덕에 방치되어 잡초에도 묻히고 벌레도 꾀어 모양이 말이 아닙니다. 모처럼 제대로 잘 가꾼 무궁화를 발견, 넝쿨을 뒤집어쓴 무궁화와 함께 올립니다.

나라꽃이 별 인기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제 누군가가 나서 국화(國花)를 바꾸는 일이나 전 국민이 무궁화를 끔뻑 넘어갈 정도로 좋아할 방도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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