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18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영지, 황금빛 불로초

이득수 승인 2021.07.31 15:20 | 최종 수정 2021.08.01 10:38 의견 0
영지
영지

산책길에 발견한 영지(靈芝)입니다. 밝은 갈색 바탕에 황금빛 테두리가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령스럽다는 영(靈)자가 들어간 혼의 식물이 되었고 또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제주도에 서복을 보내어 찾게 한 보물이 바로 저 영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범상치 않은 이름처럼 영지가 자라나는 조건은 참 까다롭습니다. 죽은 참나무에 기생하는 영지는 반드시 주변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어야만 돋아나며 그 외에도 가까운 곳에 강이나 저수지가 있어 자주 물안개가 끼어야 하면서도 앞이 트여 바람과 볕이 잘 들고 고즈넉한 곳이라야 합니다.

그리고 장마가 길다든지 가뭄이 들어서도 안 되고 날씨가 순조로워야 된답니다. 작년에는 통 돋지 않았는데 다행히 올해는 일기가 좋아 요렇게 아름다운 영지가 돋은 것입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말과 달리 영지는 그 맛이 너무 써 용도가 많지 않고 차로 마셔도 초심자는 눈꺼풀이 떨리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시중에 나오는 것 대부분이 중국산이니 몸에 해로울 수도 있으니 아주 연하게 먹어야지요.

딱 한 가지는 집에서 닭이나 오리백숙을 할 때 조금 넣으면 냄새를 잡아주는데 그것도 아주 미량만 넣어야 됩니다. 잘못 하면 너무 쓰서 못 먹으니 이정도 크기의 영지라면 한 대여섯 마리에...

그렇지만 숲속의 어떤 꽃도 영지보다 아름답지는 못 합니다. 과히 숲의 정령(精靈)이라 할 만하지요. 그냥 보고 즐기면 될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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