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17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상사화2 그리움, 그 황홀한 열병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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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15:14 | 최종 수정 2021.08.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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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귀촌한 이웃집에 놀러갔는데 그 집부인은 농사와 꽃가꾸기를 겸한 제 아내와 달리 전업 꽃 부인이라 정원의 오밀조밀하고 아담함이 우리집보다 뛰어납니다. 그 중에 특히 눈을 끈 것은 선연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한 무더기의 상사화였습니다.
지난번에 올린 우리집의 상사화가 그냥 외롭고 그리운 모습이라면 그 집의 상사화는 무엇인가 간구하는 애절한 눈빛과 방금 칠한 입술을 달막거리며 사내를 쳐다보는 듯한 간절한 모습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사랑하여 가슴이 뛰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여 잠 못 든 밤이 있는가요?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자다 일어나서 누군가를 떠올리며 목욕을 하거나 기도를 하다가 심지어 장의차나 영안실에서 엉뚱한 상념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런 열병에 걸려본 적이 있나요?
우리가 아직 사랑이라는 느낌을 잘 모르던 유년시절 여름방학에 장티푸스에 걸려 머리가 다 빠져 죽은 아이들을 열병(또는 염병)이라고 부른 것 같습니다. 저 한 무더기의 상사화 뒤에 서 있는 동그란 조명등을 좀 보세요. 그리움도 전염이 되는 것인지 상사화 옆에 오래 있다 보니 저 먼저 열병을 앓아 머리가 다 빠져 알머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 그 참으로 무서운 시련이며 그리움, 그 참으로 모진 아픔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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