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07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초록색 풋과일
이득수
승인
2021.07.18 21:03 | 최종 수정 2021.07.21 10:40
의견
0
흘러간 노래 중에 손인호의 <하룻밤 풋사랑>이 있습니다. 너무 감상적인 구시대의 노래지만 <가요무대>에서 들으면 ‘사랑에 못이 박혀 흐르는 눈물’ 또 ‘가슴을 부여안고 애타는 이 밤’ 등 꽤 애절하게 가슴을 울리기도 하는데 그게 다 풋사랑의 '풋'자가 풍기는 뭔가 여리고 아쉽고 안타까운 이미지 때문이겠지요.
그 <풋사랑>을 <풋사과>로 글자 하나만 바꾸면 금방 입안에 침이 고일 만큼 신선하고 상큼한 사과의 맛과 향과 모양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게 다 유한한 생명을 타고난 생명체, 특히 스스로의 죽음을 예감할 수 있는 나이든 사람들의 영원한 로망 '풋'자의 매력 때문일 겁니다.
지금 명촌별서에는 풋사과, 풋대추, 풋감, 풋모과까지 온갖 풋과일들이 제 나름대로 모양을 갖추며 하루가 다르게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지나가면 그 초록빛에서 슬그머니 주홍빛 또는 주황색이 돋아나 화려한 가을 한 철을 펼쳐가겠지요.
아직은 겨우 손톱만 한 작은 열매들이지만 그 열매에는 울긋불긋한 색깔과 달콤한 과즙과 향기를 뿜어 한바탕 축제를 열 설계도가 숨어있을 테니까요.
풋사과와 풋대추의 사진을 올립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