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26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저 작은 생명체는

이득수 승인 2021.08.06 15:55 | 최종 수정 2021.08.10 15:21 의견 0

저 작은 깻잎 위에 엎드린 조그만 목숨하나, 소나기가 그친 오후의 가는 바람, 흔들리는 방주(方舟)위에서 미동도 않고 상념에 잠긴 조그만 청개구리, 저 작은 생명체라고 슬픔과 아픔이 없고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고뇌가 없는 것일까?

저 가녀린 다리 폴짝거리며 이 호젓한 산골의 채전 밭을 찾아, 수백만, 수백억 년 제 몸 하나에 아로새겨진 염색체의 고집을 안고 유전(遺傳)과 진화(進化)의 강물을 따라 그 먼 숲길과 풀밭을 건너 이제야 도착한 황금빛 색동 아롱진 저 조그만 연두 빛 생명체!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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