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작은 깻잎 위에 엎드린 조그만 목숨하나, 소나기가 그친 오후의 가는 바람, 흔들리는 방주(方舟)위에서 미동도 않고 상념에 잠긴 조그만 청개구리, 저 작은 생명체라고 슬픔과 아픔이 없고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고뇌가 없는 것일까?
저 가녀린 다리 폴짝거리며 이 호젓한 산골의 채전 밭을 찾아, 수백만, 수백억 년 제 몸 하나에 아로새겨진 염색체의 고집을 안고 유전(遺傳)과 진화(進化)의 강물을 따라 그 먼 숲길과 풀밭을 건너 이제야 도착한 황금빛 색동 아롱진 저 조그만 연두 빛 생명체!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