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28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달과 함께, 별과 함께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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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6 15:41 | 최종 수정 2021.08.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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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는 들길, 매일 맞는 밤이지만 유달리 포근하고 아늑하여 저 먼 하늘 끝 유년(幼年)의 마을까지 단숨에 그리움이 달려가는 날이 있습니다.
물론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선선하고 달도 밝고 별도 총총하고 나그네의 마음마저 푸근한 그런 날이라야 되겠지요. 기상이변과 모진 인심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그런 날이 어디 쉽겠습니까만 모처럼 좋은 밤을 맞아 참으로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차분하고 내밀한 어둠이 늘 덜렁거리며 화폭에 뛰어드는 나의 애견 마초를 가려주어 정말 아무 흠결도 없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사진 왼쪽 위는 샛별이고 오른 쪽 위는 상현달, 그리고 왼쪽 아랫부분은 유독 농사에 애착이 많은 농부가 한창 물이 잡히는 벼 이삭을 습격하는 참새를 쫓으려 단 유난히 눈부신 붉은 조명등이고 오른쪽 아래는 뒷산을 따라 점점이 이어지는 명촌리의 불빛입니다.
오늘밤은 모두들 포근한 잠 속에서 고향 길을 달려가 보시기 바랍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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