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불러본다 - 김종숙

Leeum 승인 2022.05.21 10:21 | 최종 수정 2022.05.22 09:36 의견 0

불러본다
                    김종숙

 

 

이월 아침
마지막 가는 길 배웅
살포시 들판 가득 찬 은빛 깃털
오늘은 다소곳했다

잠시 후 눈부신 햇살
짧지만 맑은 삶
가혹하다 
사그라드는 눈의 작별

시인은 종일 오염되지 않은 
무채색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실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그 사람

지나친 고역과 피로 
지나친 외로움과 시련 
고단한 이름을 불러본다

불러본다

그리움은 대답이 없다

 

 

<시작 노트>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훌륭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매우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어느 단체에 모임을 갔을 때,
문학 소 모임에 갔을 때도 주고받는 이야기가 떨어졌을 때 
그분을 떠올리면 귀한 모범답안이 된다
가르치지 않아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가끔 잔잔한 기쁨을 주는 사람
모습을 살피는 작은 거울이 되는 사람
삶의 중심을 이끌어주는 작은 등불을  밝혀주는 사람을 생각한다
매일 묵상하듯 부담 없이 세 줄 일기를 쓰다 보니 일상이 자리를 잡고 목마름이 채워져있고 
그날의 주제를 이끌어주는 성찰과 반성의 형태로 결실을 얻는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지

새롭게 첨가되는 정지용 시인이 남긴 말은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재현되며 
서정적인 문체로 내게도 동기부여가 된다

죽음은 비밀로 할 수가 없다 
동료들과 함께 있었을 것이고 몹시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그냥 있기도 힘들어 도움을 받아야 했을 것이고
손과 발을 움직일 때마다의 통증만큼 잊히지 않았다는 증거를 갖고 있는 섬세한 지각,  선한 눈빛이 스쳤다

무거운 겨울빛 아래 어머니 아버지를 얼마나 불렀을까
그의 마지막이  잠시 쉼이었더라면 
작별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월 서걱거리는 아침에 동주를 생각했다
그리고 어둠의 시대를 살다간 순한 이름  동주를 불러본다

 

김종숙 시인

◇Leeum 김종숙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
▷서울시인협회 주관 '윤동주 신인상' 수상(2022) 
▷『문예 마을』 시 등단(2020)
▷『시야 시야 동인』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강동 문인협회』 회원
▷동인지 《여백ㆍ01》 《여백ㆍ02》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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