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서서 자는 말 - 김종숙

Leeum 승인 2022.05.15 18:00 | 최종 수정 2022.05.17 08:57 의견 0

서서 자는 말 
                       김종숙

 

 

적당히 넓고 
적당히 높은 오름 길에
적당한 균형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는 바람이 
가객의 낡은 노랫소리처럼 
어디쯤에서  불어오는지 예감하며 
서서 자는 말 

들판을 껴안고 쓰러진 거친 풀잎 사이로 
금잔옥대 한 송이 
새봄을 만났다

오늘이 지나면 어디로 이어질는지
산전수전 다 겪은 송악산 그늘 아래 
말 그림자마저도 고독하다

봄은  도착했는데
바람은 지난겨울이 반이다

[시작 노트]
한때 시를 열심히 습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일과 시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늦은 등단 시에는 오묘한 빛이 있음을 알았다는 시평에 힘을 얻었다
얼마전  젊은 청년들이 우뚝 서있는 시상식장이 참 든든하고 보기 좋았다
뜻밖의 일은 늘 기쁨을 준다더니 재주껏 제주가자는 플랜이 순조로웠다
이월에 찾은 마음의 성지 같은 서귀포에서  제주의 속살을 더듬는다

 

김종숙 시인

◇Leeum 김종숙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
▷서울시인협회 주관 '윤동주 신인상' 수상(2022) 
▷『문예 마을』 시 등단(2020)
▷『시야 시야 동인』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강동 문인협회』 회원
▷동인지 《여백ㆍ01》 《여백ㆍ02》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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