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29)목압서사에서 띄우는 편지④ 화개골에서의 자원봉사

조해훈 승인 2019.08.04 10:27 | 최종 수정 2019.08.04 10:40 의견 0
필자가 하동야생차박물관 3층에서 열리고 있는 ‘고운 최치원전’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필자가 하동야생차박물관 3층에서 열리고 있는 ‘고운 최치원전’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오늘 최고 기온이 36도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필자이지만, 낮에 밖에 나가면 그야말로 뜨겁습니다.

여름철에 이집트와 모로코, 케냐, 남아공, 사하라사막 등 아프리카와 타클라마칸사막 등지를 취재 또는 여행 차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가 더 더운 것 같습니다. 아마 습도 때문일 겁니다. 그 지역들은 햇볕만 가려주면 견딜 만 했습니다.

필자는 오늘 집 인근에 있는 하동야생차박물관에 왔습니다. 더워 피서(?) 차 온 이유도 있지만 관람객들 가운데 해설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을 경우 연장 전시 중인 ‘고운 최치원전’에 대해 해설을 해주기 위한 이유 등도 있습니다. 물론 해설은 필자가 화개골에 살면서 하는 여러 자원봉사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화개골을 찾은 분들과 여러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최치원 선생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설을 하기 전에 학생이든, 어른이든 최치원 선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먼저 물어본 후 그분들의 상황에 맞춰 설명을 해줍니다. 차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지인이나 언론사, 또는 특정 단체나 기관 등에서 “화개골의 역사나 둘러볼 곳을 동행하며 설명해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이 있을 경우도 기꺼이 응해줍니다. 필자가 화개골에 들어와 사는 값을 그런 식으로라도 할 수 있으니, 천만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 해설 자원봉사는 횟수가 많아 다 헤아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지만 기억에 크게 남는 경우만 열거해 보겠습니다.

필자가 칠불사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필자가 칠불사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우선 필자를 가장 크게 웃게 한 해설 자원봉사가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부산 기장문학회원들의 방문이었습니다. 관광차 한 대로 오신 것이었습니다. 물론 기장문학회장을 맡고 계시는 박정애 선배 시인과의 친분이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그전에 언론사 선배로 이 문학회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고 계시는 김형로(본명 김형수) 시인과 사전협의 등이 있었지만, 실제로 도착한 관광차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세상에, 관광차 한 대로!”라는 약간의 놀라움이 있었습니다. 아마 필자의 스케일이나 간이 작은 탓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관광차라고 하면 ‘크다’라는 개념이 필자에게 각인되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마침 그 날은 필자의 집에서 30분가량 소요되는 전남 구례의 구례병원에 입원 중이신 어머님의 생신이자 부산에서 여동생이 와 퇴원시켜 모셔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기장문학의 방문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그 전에 ‘방문 오케이’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변경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하튼 악양면의 최참판댁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먹은 후 악양정-화개장터-조영남 갤러리-차 시배지-목압서사-국사암-쌍계사-칠불사 등지로 모셔다니면서 해당 문화유산 등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해드린 기억이 납니다. 필자로서는 기쁘게 최선을 다한 해설이었습니다.

박물관의 해설로는 해양대 교수님 10분께 해드린 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전직 총장님을 비롯해 여러 보직을 맡으신 교수님들도 계셔 필자가 ‘고운 최치원전’에 대해 해설한 사례 중 가장 학술적으로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동군의 전화를 받고 YTN 방송사의 ‘구석구석 코리아’ 팀과 한국조경학회 교수님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하동 신활력사업팀에 대한 해설도 진행했습니다.

필자가 화개골에 들어와 목압서사를 열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역사와 한문, 인문학 등을 가르치고, 주민들을 위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서사 내에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을 운영하는 것 등도 모두 자원봉사입니다. 필자는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그동안 공부한 얕은 지식으로나마 지역민들과 화개골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자원봉사 내지는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박물관 주변 계곡 가에 피서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즐비하다.

필자는 두 명의 아들에게도 “돈을 많이 벌거나, 직위에 따른 권한이 많아지거나, 지식을 많이 쌓게 되면 그걸 개인적인 치부나 사욕에 치중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기부 내지는 환원을 하라”고 늘 강조를 합니다. 아직 미혼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아들들은 기특하게도(?) “그러겠다”고 필자에게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서 살아가는 일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주변 분들, 사회와 국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진 것을 자신이 사는 사회에 기쁜 마음으로 환원을 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은 필자의 고루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도 선친으로부터 그러한 삶의 태도와 자세를 배웠습니다.

필자가 쌍계사 경내에 있는 진감선사 비문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필자가 쌍계사 경내에 있는 진감선사 비문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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