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05)가장 힘들 때 함께 고생했던 후배들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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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2 19:56 | 최종 수정 2020.08.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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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 24. 가장 힘들 때 함께 고생했던 후배들
내 나이 서른 여섯 살이던 1995년에 나는 팀장이었다.
1984년부터 시작한 나의 광고회사 인생사에서 가장 혹독한 1995년이었다.
광고주 유치를 위한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주로 했었는데 10번 가까이 연패(連覇)가 아니라 연패(連敗)를 했었다.
팀마다 매주 취급고(billing) 실적을 따지는 회사에서 나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는지 지금도 가끔 그 시절 꿈을 꾼다.
악몽이다.
결국 그 다음 해에 나는 사직을 권고 당하며 회사를 나왔다.
오늘 둔감 무능했던 팀장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남해와 종호를 만났다.
가장 힘든 기간에 같이 고생했기에 특별히 생각이 많이 나는 후배들이다.
격의없는 술자리에서 두 친구가 공히 말하길, 나는 그 힘든 상황에서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단다.
그냥 허허허 웃었단다.
퇴직할 때 내가 회사 전자게시판에 올린 글도 나보다 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짤렸지만 오히려 10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감사하는 글이었다.
그런 긍정과 감사의 마음 덕에 지금 이렇게 기획창의에 관해 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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