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04)편집력을 살려 미감있게 만든 책

박기철 승인 2020.08.11 16:49 | 최종 수정 2020.08.11 17:00 의견 0
1377년 직지심경 인쇄본과 1455년 성경 인쇄본(우)
1377년 직지심경 인쇄본(왼쪽)과 1455년 성경 인쇄본

일곱 – 23. 편집력을 살려 미감있게 만든 책

동양문화가 정신적·통합적인 편이라면, 서양문화는 물질적·분석적인 편이다.
네 분야에서 서양문화는 동양문화를 능가했다.
첫째, 동양이 산술에 머물렀다면 서양은 증명하며 추상하는 수학을 했다.
둘째, 동양이 제조기술에 머물렀다면 서양은 과학원리를 세웠다.
셋째, 동양 음악이 선율과 장단에 머물렀다면 서양은 화성까지 연주했다.
넷째, 동양 문헌이 텍스트에 머물렀다면 서양은 미감을 살려 편집했다.

우리가 금속활자를 서양보다 먼저 사용한 건 역사적 근거가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15세기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은 직지심경 등의 경전류 1000종을 넘지 않았다.
종별 부수도 20~200여 부에 불과해 지식확산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16세기 쿠텐베르크가 금속활자와 포도주 압축기를 모아 기획창의해 만든 인쇄기로는 성경을 비롯해 다양한 문헌을 수억 권 인쇄했다.
이는 지식을 확산시켰으며 종교 과학 산업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책을 만드는 데 글자체 칼라 그림 등을 배열하여 미감을 살려 편집했다.
동양에서 편집력(editology)을 살려서 책을 만든 것은 20세기 이후부터다.
물론 동양문화가 서양문화보다 앞선 점도 많을 것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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