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09)지네에 관한 관점이 달라진 만남

박기철 승인 2020.08.16 13:28 | 최종 수정 2020.08.16 13:39 의견 0
몸을 말다 다시 펴서 기어 가는 지네

일곱 – 28. 지네에 관한 관점이 달라진 만남

거미가 곤충이 아니듯이 지네도 곤충이 아니다.
역(domain)-계(kingdom)-문(phylum)-강(class)-목(order)-과(family)-속(genus)-종(species)으로 된 생물분류학상 거미 곤충 지네는 모두 동물계 절지동물문에 속하지만 그 밑의 분류에서 거미강 곤충강 지네강으로 구분된다.
지네는 절지동물 등 중에서 가장 징그러운 벌레다.
길다란 모양에 다리도 수십 개나 달린 게 혐오스럽다.

 

예전에 커다란 지네가 이불 속으로 들어와 자는 나를 꽉 문 적이 있다.
칼로 베인 듯 무지 아팠다.
그 이후로 지네를 안 좋아한다.

그런 지네가 오늘 강변 벤취에 앉아 있는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살짝 건드리니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죽은 시늉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몇 초후 몸을 펴서 풀 숲으로 유유히 기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려니 징그럽기보다 귀여웠다.
지네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더군다나 지네는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란다.
오로지 인간의 관점으로 구분하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 기획창의 차이, 행동의 차이,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지네에 관한 관점의 차이가 그렇듯이….
늘 좋은 관점을 가지며 살 일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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