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35) 남들 가진 걸 못가지게 하는 반음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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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5 14:41 | 최종 수정 2021.03.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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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7에 해당하는 코드를 도미넌트 코드라고 부른다. 물론 I도인 으뜸화음에 가장 지배당하는 딸림화음이지만 Ⅴ7의 화성적 영향력은 가히 도미넌트할 정도로 가장 지배적이다. 음악이 안정→불안→안정으로 가는 흐름이라면 Ⅴ7인 도미넌트 코드는 불안을 야기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 그 불안이 음악을 음악답게 흐르도록 한다. 그래서 I도로 가는 Ⅴ7라는 프라이머리 도미넌트 코드 말고도 Ⅱ Ⅲ Ⅳ Ⅴ Ⅵ도로 가는 도미넌트 코드를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세컨더리 도미넌트다.
그런데 7개 다이아토닉 코드들 중 Ⅶ 만이 세컨더리 도미넌트를 못 가진다. 그 이유는 반음 때문이다. Ⅷ도에 해당하는 3화음 다이아토닉 코드인 Ⅷdim이나 4화음 다이아토닉 코드인 Ⅷm7(♭5)는 둘 다 모두 코드 구성음이 반음 내려간 단3도로 되어 있다. 즉 디미니쉬드 계열의 코드라 불안하다. 그러니 세컨드를 두기 힘들다. 세컨더리 도미넌트를 둘 수 없다. 남들 다 갖는 것조차 못 가지게 막는 반음이다. 우리 삶에도 나를 막강하게 방해하는 반음 같은 존재들이 여기저기 있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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