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미학' - (5)피타고라스가 인정하지 못할 무리수 비율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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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1 00:25 | 최종 수정 2021.02.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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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는 진동수를 알지도 못했고 측정도 못했다. 단지 음의 높낮이를 달리 하는 줄의 길이를 측정했다. 음의 높낮이가 진동수와 관계있다는 사실은 그의 사후 2000여년 지나서야 밝혀졌다. 진동수를 측정할 수 있었던 건 19세기 들어서다. 1834년 샤이블러(Johann Scheibler 1777~1837)가 소리굽쇠로 진동수를 측정한 이후다. 그는 연주자들이 조율할 때 ‘라’로 사용하는 소리굽쇠의 진동수가 440번임을 밝혔다. 물결 모양의 파동이 1초에 440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나중에 소리의 진동수는 물론 전파와 광선의 주파수 단위는 헤르츠(Heinreich Hertz 1857~1894)의 이름을 따서 Hz가 된다.
440Hz는 국제표준 으뜸음이다. 전화기 통화음이다. 88개 피아노 건반들에서 49번째 정가운데 네 번째 라음이다. 어디서든 반음간 진동수 비율은 무리수인 ¹²√2다. 피타고라스는 저승에서 어찌 생각할까? 직각삼각형 밑변 1 높이 1일 때 빗변의 길이가 √2라는 무리수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의 강경한 제자들은 기어코 살인까지 저질렀다. 자기가 세운 열두 반음들 사이 진동수 비율이 무리수라는 사실을 수용할 수 없다며 통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건 진정 순수한 음악이 아니라면서…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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