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곤충과 대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허벅지 맨살로 만났으니 더 큰 인연일세
초면에 우리 서로 자기소개라도 할까
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學名의 인간이야
20만년 전에 처음 출현했다고 들었어
 알고보면 가장 폭력적인 호모 라피엔스야
이젠 신의 경지에 선 호모 데우스 되어
호모 사이보그로 스스로 진화시키는 중이지

빡빡아저씨 굿애프터눈 난 몸집 작아 소리 작아
그래도 곤충류에서 짱이고 딱정벌레 중 왕이야
덩치큰 하늘소한테도 꿀릴 게 없는 방패하늘소지
보시다시피 방패처럼 생긴 탄탄한 몸이 내 자랑이야
흙색과 녹색으로 위장하니 까마귀들도 우릴 잘 못봐
우린 인간처럼 스스로 진화시킬 능력은 없어도
가장 체격좋고 머리좋고 동작빠른 곤충이 되고 있어
확실히 인간들보다 더 오래 지구에서 살아남을 거야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인저리타임 박기철 kaciy@hanmail.net 박기철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