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인문생태시 107 - 만족하는 무궁화

박기철 승인 2021.08.11 16:15 | 최종 수정 2021.08.13 10:03 의견 0

만족하는 무궁화

한번에 활짝 폈다 단번에 와짝 지는 
花無十日紅 벚꽃 류와 다릅니다

우리는 한 무리씩 펴서 한 무리씩 지어
한 여름 내내 백일 동안 늘 피어 있으니
다함이 없는 꽃 질긴 無窮花랍니다

이제 막 봉우리를 맺은 큰 동생들
몽우리가 생긴 중간 동생들
아직 몽우리도 없는 막내 동생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즐비하게 준비 중이네요   

성질 급한 언니들은 피려다 떨어졌지만
난 이렇게 내가 봐도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라일락마냥 화끈한 향 없는 나 無香花한테
쬐깐한 녀석 한 마리 들러 붙었습니다
덕분에 姙娠했다면 더 이상 여한 없어요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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