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내

어머니는 육신의 뿌리, 님은 마음의 뿌리

조송원 승인 2020.01.17 17:57 | 최종 수정 2020.01.17 18:32 의견 0

두 뿌리 / 조송원

누가 말했던가, 목숨을 걸 만한 사람은 없다고 
한 사람은 죽었고 또 한 사람은 만날 수 없으니
어렵사리 세상 물정 깨달으면 어머니는 기다려 주지 않고
사랑은 도깨비 같아 들은 적은 있어도 본 사람은 없다네.
어머니는 육신의 뿌리이고 님은 마음의 뿌리인데
두 분이 모두 계시니 하 복 많은 사람인가
생일 맞아 어머님께는 감사의 절을 올리고
님께는 작은 정성 드리니 맑은 마음으로 받아 주길.

孰道無人得擲命(숙도무인득척명) 
一人死又不可遇(일인사우불가우)
難覺世情母不待(난각세정모부대)
愛似魅聞而不闚(애사매문이불규)
身本母心根美人(신본모심근미인)
兩人俱全何福手(양인구전하복수)
邀劬勞日拜母親(요구로일배모친)
呈寸誠願納碧水(정촌성원납벽수)

십 수삼 년 전 생일 맞아 님에게 쓴 졸시다. 아득하구나, 지금 한 분은 하늘에 계시고, 또 한 사람은 하늘만큼 먼 곳에 있으니. 엄마와 아내, 그 설레는 이름! 그렇지만 상상 속에서 나와 문헌에서 보는 그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한번은 종기가 난 병사가 있는데 오기(중국 전국시대 장군)가 그 병사를 위해 고름을 빨아주었다. 병사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는 소리 내어 울었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다.

“당신 아들은 졸병에 지나지 않는데 장군께서 직접 고름을 빨아 주셨소. 그런데 어찌하여 그토록 슬피 소리 내어 우시오?” 그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 오공(吳公·장군 오기)께서 우리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준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가 적진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오공이 지금 또 제 자식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이 아이도 어느 때 어디서 죽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소리 내어 우는 것입니다.”(『사기, 손자·오기열전』 )

조마리아(趙姓女·안중근의 어머니)는 뤼순감옥으로 면회하러 가는 아들들에게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다른 마음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라는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국가보훈처 독립운동가·오영섭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화타는 실로 편작(전국시대 명의)과 창공(편작과 비교되는 한나라 때 명의)과 다름없는 명의였다. 조조를 진맥하고 난 뒤 화타는 말했다.

“대왕의 병세는 탕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먼저 마폐탕으로 마취시킨 후에 도끼로 뇌를 쪼개어 뇌주머니에서 바람을 뽑아내면 완전히 병의 뿌리를 뽑을 수 있습니다.” 이에 조조는 발끈 화를 냈다.

“네놈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조조는 크게 꾸짖고 나서 화타를 옥에 가두었다. 화타가 옥중에 있는 동안 오압옥吳押獄이라는 옥졸은 매일 화타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하며 정성껏 베풀었다.

화타는 그 은혜에 크게 감복하여 자신의 의술서인 ‘청낭서淸囊書’를 오압옥에게 넘겨주니 집으로 가져가 소중히 보관하였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에 화타는 옥중에서 죽었다. 오압옥은 화타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 지낸 후 옥리직도 내팽개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청량서’를 공부하려고 찾았으나 없었다. 부인이 뒤뜰에서 ‘청량서’를 불태우고 있지 않은가! 부인 왈, “당신은 화타의 신묘한 의술을 배워 봤자 옥에 갇혀 죽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을 거요!” (『삼국지』)

소진은 귀곡선생을 스승으로 삼았다. 처음으로 유세를 떠났지만, 등용되지 않아 거지꼴로 돌아오니, 아내는 베틀에서 내려오지도 않았고, 형수는 불 때어 밥을 지어주지도 않았다. 지금에는 합종책의 책임을 맡은 우두머리가 되었고 아울러 6국의 재상이 되었다.

낙양을 지날 때 기마병과 물품을 가득 실은 수레가 따르니, 마치 임금의 행차 같았다. 형제들과 아내와 형수가 곁눈질로 볼 뿐, 감히 우러러 보질 못했고, 고개를 숙여 엎드린 채 식사를 시중하니, 소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찌 접때는 거만하더니, 지금은 공손하십니까?” 형수가 대답했다. “지위가 높고 돈이 많기 때문이네.” (『십팔사략』)

허생은 묵적골에 살고 있었다. 허생을 글읽기만 좋아하였고, 그의 아내가 남의 바느질품을 팔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셈이었다. 하루는 그 아내가 몹시 주려 훌쩍훌쩍 울며 하는 말이, “당신은 한평생 과거도 보지 않사오니 이럴진대 글을 읽어서 무엇하오?”

허생은, “난 아직 글 읽기에 세련되지 못한가 보오.” 하고 껄껄대곤 했다. 그러자 아내는 공장工匠이나 장사라도 하길 권했으나, 허생은 공장일은 배우지 못했고 장사는 밑천이 없어서 못한다고 했다. 이에 아내는 “당신은 밤낮으로 글만 읽었다는 것이 겨우 어찌할 수 있겠소 하는 것만 배웠소 그려. 그래 공장이 노릇도 하기 싫고, 장사치 노릇도 하기 싫다면, 도둑질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소?”라고 말하고는 몹시 흥분하는 어조로 대꾸했다.

이에 허생은 할 수 없이 책장을 덮어 치우고 일어서면서, “아아, 애석하구나. 내 애초 글을 읽을 제 10년을 채우려 했더니, 이제 겨우 7년밖에 되지 않는군.”하고는, 곧 문 밖을 나섰으나, 한 사람도 아는 이가 없었다.(『열하일기』 <옥갑야화>)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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