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149) 패자부활전 - 김찬옥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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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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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 부활전
김찬옥
누군가를 꼭 물리쳐야 한다면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다면
그게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눌러 앉힌 나를 끌어올려
연두로 다시 일어서 보고 싶다
김찬옥 디카 시집 《물보라 은보라》를 읽었다. ‘2024. 시산맥’
디카시 수요가 폭등하고 있다. 디카시,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하여 디카시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기술한다. 디카시는 사진을 대상으로 문자언어를 구현하는 것인데, 거기에는 몇 가지의 원칙이 있다. 디카시를 사진시라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러나 디카시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일단 5행 이내의 문자 언어를 원칙으로 하면서 사진과 언어가 각각 반씩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완벽한 사진도 완벽한 문자예술도 디카시의 범주에서는 벗어난다. 김찬옥의 디카시에서도 사진과 문자를 함께 세웠을 때 훨씬 높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사진은 봄의 전령인 연두가 막 돋아난 그때를 포착한다. 시인은 그것을 장엄한 광경이라 인식한다. 그리고 멀고 먼 동토의 땅을 건너온 봄의 기운을 부활, 그것도 패자부활이라 선언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저 연두 잎 싹을 밀어 올리는 힘은 몇 만 톤의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또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사실 시인은 겨울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기어이 살아내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오늘을 사진과 시로 응원하는 거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멀어도 걷는 사람》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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