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는 바람・물・땅과 인간이 생활공간에서 어울리는 이치(理致)를 과학적으로 조명하는 학문으로서, 그 기원을 4세기경 중국 동진(東晋)의 풍수대가인 곽박(郭璞)의 저서《장경(葬經)》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기승풍즉산(氣乘風則散) 계수즉지(界水則止)’에서 기(氣)란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에 닿으면 머문다”라고 일렀던 바, 이것이 자연 속에 흐르는 기(氣)의 흐름뿐 아니라 풍수지리의 용어의 기원이라 본다.
여기에 《장경》의 ‘장풍득수(藏風得水)’도 그 기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말이다. 즉 ‘풍수지법(風水之法) 득수위상(得水爲上) 장풍차지(藏風次之)’라고 했는데, 이 말은 풍수에서는 물을 만나는 것이 최상이요, 기를 간직하고 갈무리하는 것이 그 다음이라는 뜻으로서, 물과의 만남을 득수(得水)라고 하고, 기(氣)의 갈무리를 장풍(藏風)이라 한다.
여기서 물과의 만남, 즉 득수(得水)란 산줄기를 흐르는 기(氣)가 물을 만나면 멈추게 되는데 물이 무덤을 중심으로 하여 포근하게 감싸 안 듯이 흘러야 명당이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장풍(藏風)이란 바람을 감추거나 간직한다는 말로서 바람이 직접 통한다는 상태가 아니라 고요하게 머물거나 막아진 정적(靜的)인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혈(穴), 즉 명당을 둘러싸고 있는 전후사방의 산들이 혈을 포근하게 감싸주어서 맑고 순한 기(氣)가 잘 갈무리되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이때 기(氣)를 단순하게 흐르는 바람이나 공기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주의 질서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치에 의해 생성되는 기(氣)는 우리의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지만, 우주 만물을 형성하는 근원으로 모든 사물에 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늘을 흘러 다니기도 하며, 땅 속을 흘러 다니며 지층을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생기(生氣)・사기(死氣)・토기(土氣)・음기(陰氣)・양기(陽氣)・기맥(氣脈) 등은 모두 기(氣)의 변화된 형태를 의미하고 있다. 또한 감여(堪輿)・지리(地理)・형가(刑家)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풍수지리의 본질은 생기(生氣)와 감응(感應)에 그 바탕을 두고 있으며, 풍수지리의 지침서라 할 수 있는《청오경(靑奧經)》에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사람이 늙어서 죽는다는 것은 가화합체(假和合體)인 사람의 형태가 분리하여 화합 이전의 진체(眞體)로 되돌아간다. 그 진체는 정신과 골체(骨體)이나 정신은 우주의 영계(靈界)인 하늘로 되돌아가고, 골체는 땅으로 돌아간다.” 즉, 그 골체가 지모(地母)의 길기(吉氣)에 감응하면 그 자손에게 행복이 미친다고 했으며, 마치 동산(東山)에서 굴이 무너지면 서산(西山)에서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동기상응(同氣相應)하므로, 부모의 유해를 길 기가 충만한 온혈(溫血)에 매장하면 그 자손이 부귀연금(富貴延錦)하고, 만일 이에 반하면 그 자손은 도리어 쇠미해진다는 뜻이다.
또한 중국 동진의 곽박의 저서,《장경(藏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장(葬)은 생기(生氣)에 승(乘)하는 법이다. 오행(五行)의 기(氣)는 지중(地中)에서 흐르고. 아들은 부모의 유체(遺體)이니 아들의 본해(本骸)인 부모의 체골이 지중(地中)의 오기(五氣)에 감응하면 부모와 자손은 동기감응하므로, 본해(本骸)의 수기(受氣)는 유체인 자손에게 발복(發福)한다.” 이에 의하면 음양의 원기(元氣)는 그 발양(發陽) 여하에 따라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된다는 것이다. 그 기(氣)가 땅속에서 돌아다니면 곧 생기(生氣)가 된다. 그러나 음양의 원기가 발현할 때 반드시 오행(五行)으로 나타나는 것이니, 이를 오기(五氣)라고 부른다.
음양의 원기를 그 바탕에서 논하면 오기가 되고 그 쓰임에서 논하면 생기라고 하는 것이니 오기와 생기는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풍수지리의 본질은 생기감응(生氣感應)과 친자감응(親子感應)이라는 두 가지의 작용에 귀착한다고 할 수 있다
<김기범인문·地理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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