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61) - 남을 믿지 못하여 의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문제로 귀결되니, 자신이 진실하지 못하기에 그리하여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섭 승인 2021.06.08 14:59 | 최종 수정 2021.06.11 14:20 의견 0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출처 : 인저리타임(http://www.injurytime.kr)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

161 - 남을 믿지 못하여 의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문제로 귀결되니, 자신이 진실하지 못하기에 그리하여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을 믿는 것은, 남들이 모두 진실하여서가 아니라 
자기만은 홀로 진실하기 때문이요.

남을 의심하는 것은, 남들이 모두 속여서가 아니라
자기가 먼저 속이기 때문이다.

  • 者(자) : ~하는 것은 / ~하는 사람은.  * 여기서는 가주어(假主語)인 it 로 보는 것이 좋겠다.
  • 人(인) : 한문에서 人의 해석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 ① 사람 : man 또는 human being  ② 남, 타인(他人) : others
  • 未必(미필) : 꼭(반드시) ~한 것은 아니다.  * 부분부정에 해당한다.
  • 盡(진) / 皆(개) : 모두.
  • 詐(사) : 속이다.   사기(詐欺).
김홍도(檀園 金弘道, 조선, 1745~1806) - 선상관매도(船上觀梅圖)

◈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 

子曰(자왈), 不逆詐(불역사) 不億不信(불억불신) 抑亦先覺者(억역선각자) 是賢乎(시현호).
-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상대방이 자기를 속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도 않고, 상대방이 미덥지 않을 것이라고 억측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미리 깨닫는 사람이 현명하도다.
* 逆(역) : 미리 헤아리다, 예측하다.    億(억) : 억측(臆測)하다.    抑(억) : 그러나. 역접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 성철 스님 법문 - <자기를 속이지 맙시다>

불기자심(不欺自心) - 자기를 속이지 맙시다

성철 스님은 생전에 투박한 산청 사투리로 “쏙이지 말그래이” 라고 말씀하셨다. 남을 속이지 말라는 것에 그치는 말이 아니라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불기자심(不欺自心)’ 이다. 남을 속이는 것이 좀도둑이라면 자기를 속이는 것은 큰 도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큰 도둑인지 조차 모르고 산다. 자신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로 볼 수 없는 것은 마음의 거울에 먼지가 잔뜩 앉아 흐려져 있어서다. 뽀얗게 먼지 앉은 거울이 사물을 바로 비출 수 없듯이 먼지 낀 마음은 자기를 속인다. 그러니 마음의 거울에서 그것들을 털어내야 한다.

* <자기를 바로 봅시다> - 전집 제9장 참조

<성철스님 출가시(出家詩)>

彌天大業紅爐雪 (미천대업홍로설)  하늘에 넘치는 큰 일들은 붉은 화롯불에 한 점의 눈송이요
跨海雄基赫月露 ​(과해웅기혁월로)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은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이네
誰人甘死片時夢 (수인감사편시몽)  그 누가 잠깐의 꿈속 세상에 꿈을 꾸며 살다가 죽어가랴
​超然獨步萬古眞 ​(초연독보만고진)  만고의 진리를 향해 초연히 나 홀로 걸어가노라

<성철 스님 오도송(悟道頌)>

黃河西流崑崙頂 ​(황하서류곤륜정)  황하수 서(西)로 흘러 곤륜산에 치솟으니
日月無光大地沈 (일원무광대지침)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도다
遽然一笑回首立 (거연일소회수립)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 서니
靑山依舊白雲中 (청산의구백운중)  청산은 예대로 흰 구름 속에 섰도다

<성철 스님 열반송(涅槃頌)> 

生平欺誑男女群 (생평기광남녀군)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彌天罪業過須彌 (미천죄업과수미)  하늘에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活陷阿鼻恨萬端 (활함아비한만단)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一輪吐紅掛碧山 (일륜토홍괘벽산)  붉은 해가 푸른 산에 걸리었도다

※ 개신교의 어느 목사가 성철 스님의 열반송을 두고 그의 마지막 ‘참회의 말’ 이라고 밝힌 역작 아닌 역저(力著)를 낸 웃지 못할 실화(實話)도 있다. 
세상을 두고 어찌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는가? 오직 모를 뿐, 참으로 알 수 없는 분이신 하느님을 어찌 한갓 원숭이보다 조금 더 큰 자신의 두개골(頭蓋骨) 속에 가두려 하는가? 
-  ‘주여 부디 이들을 용서하소서, 이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옵니다.’

* 참고로 그 책명은 다음과 같다. 
『왜 성철 스님은 천추의 한을 안고 떠났나』 류법상  삶과꿈/보냄받은선교회  1998/2009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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