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26) -  아무리 일에 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일 없음만 못하다

허섭 승인 2021.08.12 15:50 | 최종 수정 2021.08.16 22:00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출처 : 인저리타임(http://www.injurytime.kr)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226 -  아무리 일에 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일 없음만 못하다

낚시는 한가한 일이나 오히려 죽이고 살리는 권세를 쥐고 있고
바둑과 장기는 고상한 놀이이지만 승패를 다투는 마음을 일으킨다.

이로써 알 수 있으니, 
일을 즐기는 것은 일을 덜어 한가히 지냄만 못하고
재능이 많음은 무능하여 본마음을 온전히 하는 것만 못하다.

  • 釣水(조수) : 낚시. ‘釣水魚’ 의 줄임말으로 ‘釣魚’ 라고도 한다.
  • 逸事(일사) :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한가함을 즐기는 일.  逸은 ‘한가하다’.
  • 尙(상) : 오히려.
  • 生殺之柄(생살지병) : 살리고 죽이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권세.  柄은 ‘자루’, 즉 권세를 뜻함.
  • 奕棊(혁기) : 바둑과 장기.  일반적으로 바둑과 장기를 통틀어 칭하는 말이다.  奕은 弈과 통용.  棊는 棋와 碁로도 표기함.
  • 淸戱(청희) : 고상한 놀이.
  • 且(차) : 또, 또한.
  • 可見(가견) : 가히 ~함을 알 수 있다. 이로써 ~함을 깨닫게 된다. 

 * 可見이 걸리는 부분은 뒷부분 전부이다. ‘可見’ 을 직역하자면 ‘볼 수 있다/알 수 있다’ 이나 문장의 앞에 나와 뒷부분을 전부 목적어로 삼는 일종의 관계사절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영어의 ‘I think that / It seems that / It seems to be’ 와 같은 구문이다. 그래서 본문에서 可見을 일부러 띄웠으며, 굳이  토를 달자면 ‘可見하나니’ 정도로 붙일 수 있을 것이다. 

  • 省事(생사) : 일을 줄임, 일을 덜어냄.  省은 ‘살필 성’ 이나 이 경우에는 ‘줄일 생’ 으로 읽어야 한다.   생략(省略).
  • 適̖(적) : 한가로이 지냄. 유유자적(悠悠自適).
  • 全眞(전진) : 본연의 마음-천진(天眞)을 보전함. 참마음을 온전히 지킴.
226 이성(李成 北宋 919~967) 청만소사도(晴巒蕭寺圖) 115.5+56
이성(李成, 北宋, 919~967) - 청만소사도(晴巒蕭寺圖) 

◈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편(省心篇)에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 1017~1073) 선생 말씀에

巧者言(교자언) 拙者黙(졸자묵), 巧者勞(교자로) 拙者逸(졸자일), 巧者賊(교자적) 拙者德(졸자덕). 巧者凶(교자흉) 拙者吉(졸자길).

- 재주 있는 자는 말이 많고 재주 없는 자는 침묵을 지키며, 재주 있는 자는 수고롭고 재주 없는 자는 한가하며, 재주 있는 자는 도둑질을 하고 재주 없는 자는 덕이 있으며, 재주 있는 자는 흉하고 재주 없는 자는 길하다.

* 巧者拙之奴(교자졸지노) - 재주 있는 사람은 재주 없는 사람의 부림을 받는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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