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34) -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도리어 흐느낌으로 변하나니, 어찌 빨리 머리를 돌이키지 아니하는가

허섭 승인 2021.08.20 14:15 | 최종 수정 2021.08.26 16:09 의견 0
234 전(傳) 왕거정(王居正 北宋) 방거도(紡車圖) 26.1+69.2 북경 고궁박물원
전(傳) 왕거정(王居正, 北宋) - 방거도(紡車圖)

234 -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도리어 흐느낌으로 변하나니, 어찌 빨리 머리를 돌이키지 아니하는가

손님과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질탕하게 마시고 노는 것은 즐거운 일이로되
얼마 안 되어 촛불이 꺼지고 향도 사라지고 차도 식으면 
(즐거움이) 도리어 흐느낌을 자아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적막케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와 같을진대 어찌하여 빨리 머리를 돌이키지 않는가.

  • 賓朋(빈붕) : 손님과 벗.
  • 劇飮(극음) : 술을 몹시 마심.  劇은 ‘심하다, 번거롭다, 힘들다’. 
  • 雲集(운집) : 구름처럼 모여듦.
  • 淋漓(임리) : 줄줄 흐르는 모양. 여기서는 술을 오래도록 질탕하게 마시고 노는 것을 의미함.  淋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 漓는 물이 스며드는 모양. 
  • 俄而(아이) : 이윽고, 갑자기.
  • 漏(루) : 물시계, 즉 시간을 뜻함.  漏는 원래 ‘구멍이나 틈으로 물이 새는 것’ 을 뜻함.  漏落(누락) 漏泄(누설)
  • 銷(소) : 꺼지다, 사라지다, 녹아 없어짐.  ‘消(사라질 소)’ 와 뜻이 같다.
  • 茗(명) : 차(茶)의 이명(異名).
  • 嘔咽(구열) : 흐느끼다.  * 咽은 ‘목구멍’ 의 뜻일 때는 ‘인’ 으로, ‘목이 매다’ 의 뜻을 때는 ‘열’ 로 읽는다.  
  • 咽(열/연/인) : 목메다, 막히다 / 삼키다 / 목구멍, 북소리   咽喉(인후)
  • 索然(삭연) : 쓸쓸함, 흥이 깨진 모양. 
  • 索(삭/색) : 동아줄 / 가리다, 찾다   索莫(삭막) 索引(색인)
  • 솔(솔) : 모두.
  • 率(솔/률) : 거느리다, 이끌다, 따르다, 본받다 / 비율(比率)   率先垂範(솔선수범)
  • 奈(내) : 어찌, 어찌 할꼬      奈何(내하) : 어찌 ~리오
  • 回頭(회두) : 머리를 돌림, 즉 생각을 고쳐먹다. 

◈ 소동파(蘇東坡)의 「전적벽부(前赤壁賦)」중에서

況吾與子(황오여자)로 漁樵於江渚之上(어초어강저지상)하여 侶魚鰕而友糜鹿(려어하이우미록)이라. 駕一葉之扁舟(가일엽지편주)하여 擧匏樽以相屬(거포준이상촉)하니 寄蜉蝣於天地(기부유어천지)에  渺滄海之一粟(묘창해지일속)이니 哀吾生之須臾(애오생지수유)하고  羨長江之無窮(선장강지무궁)이라. 挾飛仙以遨遊(협비선이오유)하고 抱明月而長終(포명월이장종)은 知不可乎驟得(지불가호취득)일새  託遺響於悲風(탁유향어비풍)하노라.

- 하물며 그대와 나는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사슴과 고라니를 벗함에랴 …. 이렇듯 쪽배를 타고 술동이를 기울여 서로 잔질하며, 하루살이 인생을 천지에 붙이니 정녕 아득히 넓은 바다의 좁쌀 한 알갱이인지라, 수유와 같은 우리네 인생을 슬퍼하며 끝없이 흐르는 저 장강을 부러워하노라. 날으는 신선을 끌어안고 세상을 벗어나 자유로이 노닐며 저 밝은 달을 안고 길이 마칠 수 있다면…. 허나 이 또한 쉽사리 얻을 수 없음을 알기에, 저 가을바람에 슬픈 곡조를 실어 보내노라. 

  • 況 : 하물며   
  • 江渚 : 강가   
  • 侶魚鰕而友糜鹿 :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는 것은 漁夫를, 사슴과 고라니를 벗삼는 것은 樵夫(나뭇꾼)을 비유한 것으로 일개 匹夫의 삶을 말하고 있음.   
  • 匏樽 : 술을 담는 뒤웅박     
  • 蜉蝣 : 하루살이   
  • 渺 : 아득한 모양   
  • 須臾: 찰나, 순간   
  • 挾 : 겨드랑이 사이에 끼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함께 나란히’ 란 뜻으로 봄이 좋다.   
  • 遨遊 : 밖으로 나와 자유로이 노는 것   
  • 長終 : ‘길이 마친다’ 는 말은 죽을 때까지 그러한 풍류를 즐긴다는 뜻으로 시쳇말로 하면 ‘죽어도 좋아’ 라는 경지를 말함.   
  • 驟得 : 쉽게 얻다, 驟는 ‘갑자기’ 라는 뜻인데  문맥상 ‘쉽사리’ 로 해석함이 좋을 듯   
  • 遺響於悲風 : 悲風은 秋風이니 ‘가을 바람에 소리를 실어보낸다’  뜻임.

客(객)이 喜而笑(희이소)하고 洗盞更酌(세잔갱작)하니 肴核(효핵)이 旣盡(기진)이요 盃盤(배반)이 狼藉(낭자)라. 相與枕藉乎舟中(상여침자호주중)하여 不知東方之旣白(부지동방지기백)이러라.

- 손이 기뻐하여 웃으며 다시금 잔을 씻어 건네니 안주가 다하고 잔과 접시가 여기저기 어지럽더라.  이윽고 서로를 배개 삼아 배 안에 드러누우니 동녘이 이미 밝아오는 줄도 몰랐더라. 

  • 肴核 : 효는 어육, 핵은 과실 안주를 말함.   
  • 盃盤 : 잔과 접시   
  • 狼藉 : 여기저기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모양   
  • 枕藉 : 서로를 베개 삼아 널브러져 누워 잠    乎 : 於와 같음

* 耤 籍 藉는 모두 ‘세금, 깔개’ 의 뜻으로 [자/적]으로 읽을 수 있으며 서로 통용하나  耤는 세금[자]로, 籍은 문서나 서적 등의 기록할[적]으로,  藉는 깔고 앉거나 눕다, 흐트러지다, 핑계대다(빙자하다)의 뜻으로 [자]로 읽는다.  ‘藉藉(자자)하다’ 는 ①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다. ②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양의 뜻으로 쓰인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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