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37) - 부싯돌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고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루는 삶이여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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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19:17 | 최종 수정 2021.08.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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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 부싯돌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고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루는 삶이여
부싯돌의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툼이여,
이긴들 얼마나 되는 광음(光陰)이뇨.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雌雄)을 겨룸이여,
이겨 본들 그 얼마나 되는 세계(世界)인가.
- 石火光(석화광) : 돌과 돌이 부딪쳐 일어나는 불빛. 즉 부싯돌이 번쩍하는 극히 짧은 시간을 비유한 말이다.
- 爭(쟁) / 競(경) : 다툼, 경쟁(競爭).
- 幾何(기하) : 얼마인가?
- 較(교) / 論(론) : 견주어 보고 / 말다툼(論爭)함.
- 許大(허대) : 얼마나 크랴?
- 許(허) : 허락하다, 얼마나, 얼마(약, 쯤, 정도).
- * 許는 영어의 how about 또는 about, nearly, more or less (약約, 대략大略)에 해당한다. ‘낙양성 십리허(許)에’ 할 때의 그 許이다.
◈ 『장자(莊子)』- <달팽이 뿔 위의 전쟁(蝸牛角上爭)>
원래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이란 뜻으로,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고도 한다. 《장자(莊子)》 <즉양편(則陽篇)>에 나오는 말이다.
제(齊)나라 위왕(威王)이 위(魏)나라 혜왕(惠王)을 배신하자 혜왕은 제나라를 치려 하였다. 이때 대진인(戴晉人)이란 사람이 달팽이를 예로 들어 < 그 왼쪽 뿔은 촉씨(觸氏)의 나라이고 오른쪽 뿔은 만씨(蠻氏)의 나라인데 두 나라가 영토를 놓고 싸우다가 사람이 1만여 명이나 죽고, 달아나는 적을 보름 동안이나 추격하다 돌아왔다. > 고 비유한 데서 비롯되었다.
즉, 광대한 우주와 넓은 세계 속의 위나라나 제나라는 달팽이 뿔보다도 작은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 말이다. 또, 이 말은 백거이(白居易)의 「대주(對酒)」라는 시(詩)에도 < 蝸牛角上爭何事 -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리요 石火光中寄此身 - 석화 빛 속으로 이 몸을 기대노라 隨富隨貧且歡樂 - 부유함을 따르든 가난함을 따르든 모두 즐거움이니 不開口笑是癡人 - 입을 열어 웃지 않는 자야말로 어리석도다 > 라고 언급되어 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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